'24년 전 강간·살인 혐의' 1심 무죄→2심 징역 15년

1999년 골프연습장 성폭행 및 살인 혐의
장기 미제 사건 됐지만 DNA 일치로 발각
1심 "'살인 고의' 인정 어렵고 공소시효 완성"
2심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징역 15년
"공동정범 인정 문제 없어…어떻게 봐도 유죄"

24년 전 골프장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남성에게 항소심이 판단을 이를 뒤집고 중형을 선고했다.



9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A씨의 신상정보를 10년 간 공개 및 고지하고 같은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복지시설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1999년 7월6일 서울 강남 소재 골프연습장에서 B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씨가 A씨 일행의 승용차를 자신을 데리러 온 차량으로 착각해 탑승했고, 이후 내려달라고 했지만 A씨 등은 그대로 차량을 몰아 인적이 드문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목격자 진술도 분명하지 않아 장기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은 2016년 12월 B씨 신체에서 발견된 DNA와 별건으로 수감 중이던 A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당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뒤늦게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쟁점이 됐다. A씨의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공소시효 적용을 받지 않지만,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치사' 혐의만 적용되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해치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1심은 "A씨가 강간 신고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B씨를 때렸다는 것을 넘어서 살해 고의를 가졌다거나 (살해) 공모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특수강간, 강간치사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무죄 선고 및 면소(免訴) 결정을 내렸다.

'면소'란 공소가 적당하지 않은 경우 사건 실체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 절차를 종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즉, 이 혐의들 역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과 달리 A씨에게 살인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항소심은 피해자의 신체 손상 정도와 범행이 일어난 시간, 목격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실질적으로 성폭행과 피해자의 사망이 10분 내외로 이뤄졌다"며 "결국 성폭행 이후 B씨의 머리를 가격해 B씨가 사망한 정황을 비춰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접적인 성관계자와 살인자가 다르다고 해도 2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암묵적으로라도 상통했다"며 "설령 직접 가격 행위를 피고인 일행이 했더라도 공동정범 인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어떻게 봐도 유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별도의 판결이 확정된 강도살인죄로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수형 중이고, 동시에 판결을 받을 경우 형평이 고려돼야 한다"며 "이 점을 감안해 법정형에서 감경하기로 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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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