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발표 일주일…급매물 속속 소진
매도자 "급매 호가서 더 이상 가격 안 빼"
매수자 "2~3억 싼 급매 아니면 고려 안 해"
고금리에 당분간 시장 회복 어려울 듯
"국토부 발표 전까지는 매도인들이 어느 정도 가격 조율은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제는 안 된다고 해요. 매수인들은 실거래가 대비 많이 저렴한 급매 위주로만 접근하고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공인 대표)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구체화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골자를 밝히면서 1기 신도시의 대표격인 분당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여전히 급매 위주의 하락 거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일주일 사이 몇 건의 거래가 체결됐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구역에 지정되면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공성을 확충하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면제하고, 용적률도 높여 준다. 분당의 경우 현재 198%인 평균 용적률이 300~35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국토부가 법안 추진을 밝힌 7일과 비교해 일산동구(-1.7%), 일산서구(-1.5%), 안양시 동안구(-1.4%) 등에서 매물이 감소했지만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B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어쩌다 한번씩 급매가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전화가 오지만 아직은 조용하다"고 전했다. 인근의 C공인 관계자도 "매물이 들어간 것도, 새로 나온 것도 없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반면 1기 신도시 중 큰 형님 격인 분당은 매물이 3.1% 늘어났지만 매도-매수자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실제 계약으로 체결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A 대표는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붙은 것은 아니지만 매수 문의가 상당히 늘었고, 사연이 있는 물건이 아니면 가격 조정이 어려워 졌다"며 "재건축이 가장 빨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범단지 쪽은 실제로 계약도 많이 돼서 지난 금요일 상당히 바빴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성사되는 가격은 실거래가의 한참 밑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 대표는 "작은 평형은 등록된 실거래가보다 2억원, 큰 평형은 3억원 정도 싸게 나온 급매물이 남아있다면 매수를 하는 분위기"라며 "국토부 발표 이후 새로 나온 금액으로는 아직 접근하지 않고 (양측이) 팽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특별법 구상을 구체화했지만 고금리와 집값 추가 하락 전망에 호재가 상승재료로 쓰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 확대와 노후도시 개선이 기대되는 내용이지만 현재는 공사비 증가와 고금리 등 거시경제의 영향으로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경제 상황이 안정됐을 때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완화나 이번 공급확대 방안이 시장 안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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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