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거부' 러시아인 난민신청 일부 승소…"병역 기피 인정"

러시아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3명 중 1명 기각…인천공항에 두명 추가 입국
"재판부, 전시 등 병역거부에 난민 인정한 것"
법무부 '난민 심사제도' 비판…"불회부 이유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들 일부가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재판장 이은신)은 14일 A씨 등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2명에 대해서만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나머지 러시아인 1명이 낸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 결정했다.



이 재판장은 "구체적인 판결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판결문을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전쟁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에서 탈출해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이후 법무부에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심사 회부를 거부했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한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변호사와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은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깝지만 일부 승소했다"며 "전시 등 병역거부에 대해 재판부가 난민으로 인정 해 준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다만 "3명 중 한 명이 기각 됐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소송 대리인들은 "일반적인 병역 기피에 대해서는 난민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고, 적어도 전시 상황에서 국제법적으로 비난 받는 침략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는 난민으로 인정 할 여지가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부부의 난민 심사 제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변호사들은 "출입국 평 난민 심사 회부제도는 약 7일간의 짧은 심사 기간 동안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자만 거르는 제도"라면서 "짧은 시간에 난민 사유가 없는 신청자의 경우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의 소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4개월이 걸린 소송에서 우리가 쌓은 몇 가지 쟁점들 있는데, 법무부는 이같은 쟁점들을 난민심사 불회부의 이유로 삼기도 했다"며 법무부를 비판했다.

앞서 인천공항에서 난민을 신청한 러시아인들은 지난해 11월에 2명이 더 입국했으나 이들 역시 난민 심사에 오르지 못하면서 현재 공항 출국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받고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떼우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가 제한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단체는 먼저 입국한 러시아인 3명과 이후 입국한 2명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순차적으로 제기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