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전세끼고 샀던 갭투자 매물 쏟아지면 어쩌나...주택시장 뇌관으로

임대차3법에 폭등한 전세가, 지금 절반 수준 '뚝'
보증금 돌려주기 위한 급매 거래, 하락폭 키울 듯
전문가 "갭투자 매물, 주택시장 뇌관으로 부상"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에 전셋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면서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임대차3법의 도입으로 전셋값이 치솟았을 때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어 시장에 대거 매물을 풀면 집값 하락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격은 올 들어 4.55% 떨어졌다. 서울(-6.08%), 경기(-6.53%), 인천(-5.68%) 등 수도권에서 누적 하락률이 전국 평균보다 더 컸다. 서울에서는 금천(-7.23%), 강서(-7.06%) 등 외곽 지역은 물론이고 대표 학군지인 양천(-8.39%)과 강남(-7.14%)에서도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 경기에서는 신도시를 품고 있거나 신축 대단지의 공급이 많았던 과천(-9.65%), 시흥(-9.23%), 화성(-9.71%), 하남(-9.17%), 양주(-8.59%) 등에서 낙폭이 컸다.

시계열을 넓혀보면 완만히 오르던 전셋값은 임대차3법이 2020년 7월31일부로 시행되면서 급상승했다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별단지의 사례를 찾아보면 전셋값이 한창 폭등하던 2021년 상반기와 현재를 비교할 때 2배 가량 차이나는 단지도 나온다. 학군지라 전세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2021년 1월 전용 76㎡가 9억원, 10억원에 계약됐는데 현재 4억원대 중반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2021년 1월 전용 84㎡가 13억8000만원에도 거래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는 지난 6일 8억3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2020~2021년 비싼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한 임대인들은 다음 세입자에게 기존 전세금 만큼의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 매수할 때 자기자본 비율이 극히 낮은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대출을 받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박진백 부연구위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보유자산 처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려한 추가 대출, 임대주택 처분을 통해서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가구는 집값 하락이 시작되지 않은 2021년에도 이미 5000가구였다. 집값이 15% 내리면 1만 가구, 27% 하락하면 1만3000 가구는 갭투자한 집을 팔더라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전세를 끼고 투자한 갭투자 매물이 주택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십년 동안 대출을 갚아나가는 실거주 가구는 그나마 부동산 하락기를 버텨낼 수 있지만, 갭투자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목돈을 단기로 빌린 격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한 때 주택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갭투자였는데, 전셋값이 하락하고 세입자도 나간다고 하니 급히 매물로 내놓는 집주인이 많다"며 "집값 변동폭을 키우는 갭투자는 상승기 때 상승에 기름을 끼얹고, 하락기 때 하락을 부채질하는 트리거가 된다. 갭투자 매물이 주택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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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