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목적 아닌 부모, 해외 출생…"병역 해소해야 국적이탈"

부모의 유학 중 태어난 뒤 국적이탈…반려
헌재 "허용하면 병역 회피에도 방지 못해"
외국 주소 없이 국적이탈 신고…반려 당해
헌재 "의무 기피 등 기회주의적 행동 우려"
2건 모두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합헌"

직계존속의 영주 목적 없는 국외출생자 국적이탈에 병역의무 해소를 요구하는 국적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구 국적법 제12조 3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 재판권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의 경우 반드시 병역의무를 해소해야만 국적이탈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00년 10월께 부모가 미국 유학 중 태어나 한·미 복수국적을 취득했다. A씨는 2018년 3월께 국적이탈을 신고했으나 병역의무를 해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가 반려됐다.

A씨는 반려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가 확정됐고, 위헌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이듬해 11월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모든 복수국적자가 아닌 '직계존속의 영주목적 없는 국외출생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부모의 외국이주 등이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선 병역의무 해소 없는 국적이탈을 허용해 국적이탈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계존속의 영주목적 없는 국외출생자'에 대해서도 병역의무 해소 없는 국적이탈을 허용한다면, 국적이탈을 통해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를 방지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적이탈을 이용한 복수국적자의 병역면탈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공평한 병역의무 분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잃어 국민의 총체적 국방역량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전했다.

헌재는 또 B씨가 국적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항의 본문은 모든 복수국적자에게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B씨는 2001년 4월께 한국인 모친과 미국인 부친으로부터 태어난 한·미 복수국적자로 2019년 국적이탈을 신고했으나 외국에 친지 주소가 등록되지 않았다며 신고가 반려됐다.

B씨 또한 반려처분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가 확정됐고 항소심에서 위헌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복수국적자는 각국에서 국민적 권리만 누리고 의무이행을 기피하는 등 복수국적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유인이 있다"며, " 선천적으로 외국 국적이란 사정을 빌미로 국적을 이탈하려는 행위를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받는다고 해서, 어떤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외국에 생활 근거 없는 자에 대한 국적이탈 제한은 유럽 국적 협약 등 여러 해외 입법례에서 복수국적자의 기회주의적 국적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방식이 널리 채택돼 왔다"며 "심판대상조항이 그 자체로 과도한 제한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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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