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전' 치른 이준석 참패…지도부 교두보 확보 실패

千, 2위 결선투표 실패…15%득표 성과
새 지도부 조수진·김재원 등 악연 포진
당원 플랫폼·민심공략 지속…공천 주목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감독' 격으로 참전한 이준석 전 대표가 참패했다. '천아용인'은 모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해서다. 실질적 목표로 삼았던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의 2위 결선행도 없었다. 지도부 교두보 확보에 실패핰 것이다. 다만 당권 가도에서 15%를 얻는 등 지지층 당원 조직세를 확인한 것은 위안이다.



비주류의 핵심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월 말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 전 대표는 천하람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도왔다.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함께 지원했다.

그러나 '천아용인'은 모두 낙선했고, 김기현 지도부가 서면서 이 전 대표가 중앙당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더 줄었다.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지도부 전원이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캠페인의 상당 비중이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친윤 주류 측 세가 약화되면 이 전 대표의 활동폭은 넓어질 수 있다. 이 전 대표 향후 행보는 이에 맞춰져 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시기에도 중앙당 기득권을 축소하는 방향의 정당 개혁을 추진했고, 전당대회에서 '천아용인'이 내세운 공약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집필하면서 전국 일선의 당원들을 만났다. 주류 측은 전당대회를 거치며 패권주의의 단초를 내보였고,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벌어질 경우 일선 당심이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흐를 수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이 전 대표는 다시 저서 홍보 활동과 함께 당원 소통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원 소통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작업이 멈췄는데, 근시일내 시스템을 구축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와 '천아용인'은 연락처가 안심번호로 제공된 책임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답장을 요청했고, 수만명대의 회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주류를 비판했던 당원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도 전국적 조직 구축에 성공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에 호의적이다.


이 전 대표 개인 차원의 당면 과제는 서울 노원병 총선 공천이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내년 1월 풀리는데, 정치적 입지상 공천이 당연하다는 시각과 어렵다는 반박이 엇갈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이준석 전 대표와 둘 중 하나는 내년에 우리 당 이름으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전 대표의 공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성 상납 의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해 지난달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병 공천이 최종 좌절될 경우 이 전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CBS 라디오에서 "홍준표 시장이 당에서 공천을 안 주자 '에이 열받아;' 하면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우군인 '천아용인'의 22대 국회 입성도 변수다. 허은아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에서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직을 얻어내지 못했고,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천하람 위원장은 지역구가 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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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