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구청 조사내용이 검찰 판단에 영향"
동구 "실수 인정, 아동학대로 판단된다"
광주 한 자치구가 아동학대와 관련한 잘못된 조사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탓에 혐의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내린 이러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정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27일 동구의 가정집에서 동구 소속 육아 도우미 A(60대 여성)씨가 생후 8개월 여아를 돌보던 중 학대로 의심될 만한 행동을 보였다.
A씨는 아이를 내동댕이치거나 굴렸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바닥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 이 모습은 가정 내 폐쇄회로(CC)TV에 모두 담겼다.
CCTV를 확인한 부모는 이튿날 경찰에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동구 자체조사 결과 등을 종합,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그해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부모 측은 항고했으나 이달 10일 기각이 통보됐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검찰이 A씨를 불기소 처분한 배경에 동구가 작성한 아동학대 조사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 한다.
부모가 받아든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는 '피해 아동에 대한 MRI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피해아동을 대상으로 MRI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구의 조사내용에는 검찰의 불기소 이유에 해당하는 설명이 쓰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는 사건 이후 부모와 A씨 등 3명을 조사해 각자의 진술을 듣고 경찰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B씨의 진술을 잘못 기록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구청직원은 B씨의 '병원 의사를 통해 육안 확인을 받았다'는 진술을 '병원 MRI 검사를 받았다'고 기록했다.
구청 관계자는 "MRI 검사 결과 진술은 A씨의 진술이었다. A씨는 당시 '(병원에서 피해아동이) MRI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진술이 서로 뒤바뀌어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사건과 관련돼 열린 아동학대 사례결정위 등을 통해 해당 사건이 아동 학대로 충분히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고 구청 또한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B씨는 동구가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광주고법에 재정을 신청키로 했다.
B씨는 "아이가 너무 어린 탓에 MRI같은 정밀 검사를 받게 할 수 없었다. 의사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육안으로만 확인했을 뿐 정식 검사 절차를 밟은 것도 아니다"며 "허위사실이 반영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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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 조경수 사회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