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후 과다 출혈로 뇌 손상 산모.."병원은 10억 배상하라"

항소심 재판부 "출혈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전원조치 등 지체"

분만 과정에서 과다 출혈 등으로 뇌 손상을 입은 30대 산모가 병원 측으로부터 10억여원의 배상받게 됐다.

앞서 1심은 병원 측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에서 과실 일부를 인정하며 결과가 뒤집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민사2부(고법판사 이수영 강선아 신동주)는 30대 여성 A씨가 B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손해배상액은 당시 직장인이었던 A씨의 월급과 퇴직금, 향후 치료비 등을 고려해 위자료 포함 약 10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출산 경험이 없는 초산부였던 A씨는 임신 40주째인 2016년 2월 1일 오전 8시께 경기 화성시 화성시에 있는 B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의료진은 당일 오후 7시30분부터 질식분만을 시도하다 아이의 심장박동이 감소하자 오후 8시33분께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수술 부위를 봉합하던 중 질내출혈을 발견, 이를 멈추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출혈이 계속되자 남편의 동의를 받아 부분자궁적출술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상승하자 병원은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한편 수술을 종료한 뒤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해 2월12일 저산소성 뇌 손상 의증, 산과적 (폐)색전증 의증을 진단받게 됐다. 또 뇌 기능 손상으로 인지능력 저하, 사지의 경도마비, 보행 장해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A씨 측은 B병원을 상대로 자궁 절개 부위 봉합 부전으로 대량 출혈을 시킨 과실, 산후 출혈에 대한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 대량 출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과실, 전원(병원 이송)을 지연한 과실 및 설명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총 3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러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항소심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대량 출혈을 확인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로 자궁적출술과 전원 조치를 지체한 잘못이 있고, 원고 및 원고의 보호자 등에게 응급상황과 그에 필요한 치료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적절한 전원치료가 지연되는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약 원고가 좀 더 빨리 전원치료를 받았거나 자궁적출술을 받았다면 원고가 현재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거나 적어도 치료 후의 경과가 지금보다 더 좋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피고의 잘못과 원고의 상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가 원고 출혈을 발견한 무렵부터 지혈을 위해 계속 노력한 점 등 의료상 과실로 원고가 심각한 뇌 손상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발생한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행위 특성과 그 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춰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며 "피고인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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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