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확대' 법안 줄지어 발의…의료계 "절대안돼" 반발

국회, 초진 허용·원격의료 상시화 등
비대면 진료 폭넓은 허용 법안 발의
"의료 단순 서비스 아냐…대면 우선"

국회에서 최근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원격의료 상시화 등 비대면 진료를 폭넓게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며 대면 진료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는 "비대면 진료 환자의 대부분이 초진 환자"라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지난 4일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한시적으로 도입한 원격의료를 상시화하는 내용이 담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만 2번째 발의했다.

앞서 강병원·신현영·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4건에는 모두 재진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4건 모두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과 의료사고에 따른 책임소재 불분명 등 비대면 진료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과 수가(진료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1일 "김성원 의원은 포괄적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비대면 진료 상시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발의했지만, 비대면 진료를 통한 오진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시행된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됐고, 비대면 진료 전 대면 진료로 명확한 질병명이 특정됐다"면서 "이로 인해 이후 발생하는 발열, 기침, 가래, 콧물 등의 증상을 대면 진료 없이 비대면 진료로 대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단순 감기인지, 세균성 폐렴인지, 독감인지, 코로나19인지 감별할 수 없어 비대면 진료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전후 관계를 살펴보지 않고 단순히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가 원활히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단에 있어 제일 중요한 초진을 비대면으로 대체 하면 위험성이 더 크고, 재진의 경우도 오롯이 환자의 판단만으로 비대면 진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초진 못지않은 위험성이 있다"면서 "김성원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런 문제 의식이 없다. 의료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중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해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9일 "지난 3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화 상담을 한 것을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으로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면서 “지난 3년 간 별 문제가 없었다고 비대면 진료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국민들이 의사가 잘못해 환자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인식했고,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편익보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대면 진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6일 "대면진료의 대원칙은 결코 훼손되면 안 된다"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환자를 비대면으로 치료하겠다는 발상은 의사에게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진료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는 섣불리 비대면 진료를 확대시키는 입법을 할 것이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근본적 한계로 발생하는 기술적·윤리적 문제들을 먼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계의 이익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으로 비대면 진료로 발생하는 편익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한 명의 환자에게 발생하는 위해보다 클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즉각적인 철회와 대면진료 원칙 준수,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책무를 다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관련 법 개정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보건복지위 소속 약사 출신 의원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조차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최근 시범 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대면 진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가 쉽지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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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