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끊길까봐" 어머니 백골과 2년 지낸 딸, 집행유예

백골이 된 어머니 시신과 함께 2년 넘게 지내며 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판사 이은주)은 14일 사체유기 및 노인복지법상 방임,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48)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당뇨를 앓고 있던 노모의 건강이 악화돼 병원 치료가 필요한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했다"면서 "사체를 2년5개월간 그대로 방치하고,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연금을 수령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생전 피해자와의 사이가 좋았고, 피해자를 병원에 주기적으로 데려가 당뇨약을 처방받게 하는 등 보살폈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뒤 피고인이 다른 가족들에게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명의의 연금 월 60만원으로 함께 생활했다"면서 "피해자가 숨진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장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같은날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병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어머니가 거절했고, 어머니가 사망한 당일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후 A씨는 마트와 은행 외에는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혼자 시간을 보내왔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이 판사의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A씨는 2020년 8월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머니 B(사망 당시 76세)씨의 시신을 인천 남동구 간석동 소재 빌라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생전 당뇨병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B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숨진 어머니의 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경찰은 지난 1월11일 오후 10시19분 어머니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넷째 딸의 112신고를 받고 간석동 소재 빌라로 출동했다. 당시 B씨는 주거지 안방에서 이불에 덮여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주거지에서는 A씨가 작성한 '지난 2020년 8월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나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어머니를 계속 치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B씨의 사망 추정 시점으로부터 부정 수령한 연금 총 1500여만원을 생활비 등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