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사 계획…방식·대상 등 고심
당 차원 입장 '신중론'…李 리스크도
與 "셀프 면책, '쩐당대회'에 李 침묵"
당내 "이재명 대응해야"…내홍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한 자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담당 조사기구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번 주 내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현역 의원 연루 의혹이 확산하자, 선제 대응으로 여권의 '부패 정당' 프레임을 차단하고 논란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사건의 진행에 따라 당 내홍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당초 이번 의혹을 '국면 전환용 수사'라고 규정했던 민주당은 엄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당내 요구 등에 따라 진상규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입장 표명에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이미 이재명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 징계 여부 등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일과 16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부 논의를 거쳐 적당한 기구를 정해 다음 주에는 진상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기구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할 것이고, 관련해 지도부에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을 두고는 "진상규명을 하는 데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지 않겠나"라며 "방안이나 디테일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당 차원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요청할 계획인지 묻는 질의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공유받은 게 없다"며 "어떻게 진상을 규명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당 윤리심판원이나 별도 조사단을 꾸리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대응 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내부적인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내용을 아는 사람이 당사자들밖에 없다"며 "송 전 대표도 불러서 최소한의 진상 파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이 기획 수사를 한다고 해서 반론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빌미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며 "차떼기 사건 이후로 이런 일이 별로 없었다.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겠나"고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영길 전 대표가) 그냥 제 발로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적 신망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게 낫다"고 촉구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당 차원의 대책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좀 지켜보자"라며 "때가 되면 저희가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말씀드리지 않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역시 침묵을 고수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당 차원에서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닌 것 같다.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흘리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지도부 최고위원은 "당이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당사자들을) 어떻게 추궁하겠나. 이미 본인들이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전당대회는 돈으로 되는 선거가 아니다. (의도된 수사가) 확실하다. 다들 국면 전환용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당이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는 실정이다.
당이 사건 진상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야당 탄압' 주장을 이어갈 경우,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여권의 '부패 정당' 공세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 의원들을 상대로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할 경우 '이재명 방탄' 논란과 대비돼 형평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번 자체 진상규명 계획을 두고 "결국 적당히 조사해서 적당히 묻고 가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결말이 뻔히 보이는 '셀프 면책'"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검찰의 조사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주었다는 범죄혐의를 받는 현직 대표도 어쩌지 못하면서, 전직 대표의 비위를 알아서 조사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결말이 뻔히 보이는 '셀프 면책'"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송 전 대표와 밀접한 관계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와 이 대표가 '밀월관계'가 아니냐는 이심송심(李心宋心) 의심이 오랜 기간 있었다"며 "'쩐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송영길 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당직 개편 이후 가라앉는 듯했던 내홍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입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재명 대표가 본인 문제가 어쨌든간에 관계없이, (입장을 밝히는 등) 대응해야 한다"며 "당내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해서 아주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아직까지도 (자체 진상조사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검찰 수사에만 맡겨놓으면 당이 거기에 끌려가지 않겠나. 엉거주춤하게 있으면 그야말로 당 전체를 붕괴시켜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의혹을) 적당히 덮으려 한다면 국민에게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며 "조사단은 전원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021년 5월 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최소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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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