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ㅎㄱㅎ' 3명 첫 재판…변호인 "북한이 반국가단체인가"

제주지법 24일 오후 1차 공판준비기일…'국민참여재판 쟁점'
변호인 "북한 반국가단체 판례에만 존재, 국민 판단 받아야"
검찰 "수사관 노출 등 안보수사에 지장 초래…공범 수사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주 'ㅎㄱㅎ' 총책과 핵심 조직원 2명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피고인 측은 오늘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검찰은 수사관 노출 등 안보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24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48)과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53), 불구속기소 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53)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효율적인 공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사전에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다. 이날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았고 변호인 1명만 출석했다. 피고인들은 지난 21일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국민참여재판과 관련해 검찰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안법 사건 특성상 일반적인 사건과는 다른 수사기법이 이뤄되고, 국가정보원 수사관의 신분도 배심원들에게 노출돼 향후 안보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장만 120쪽인 데다 증거 기록도 1만 쪽에 달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장시간 재판이 불가피하고 배심원들이 국가보안법을 이해한 뒤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수사 상황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변호인은 이 사건 쟁점인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게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하는 법이어서 무시무시하게 보일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외국에서 북한 공작원 만났냐, 아니냐', '만나서 무슨 행동을 했느냐' 등을 가리면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국가보안법의 범죄 사실 출발점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만 북한이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해당 판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인은 "2023년 오늘,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판례가 유효한지 의문"이라며 "기존 법조인의 사고 방식으로 이 사건을 맡긴다면 사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명의 피고인이 과연 국가안전과 자유질서를 위태롭게 했는지, 상식적인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고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15일 진행될 예정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이적단체인 'ㅎㄱㅎ'를 결성해 국가안보 위해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ㅎㄱㅎ'는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의 주요 혐의만 12개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2014년 12월께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에 따라 해산된 '통합진보당(통진당)' 출신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통진당 출신 세력들이 북한에 포섭돼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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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