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여파…'대의원제 폐지' 놓고 민주당 내홍

당 청원게시판에서 2만5000여명 동의 얻어
지도부 공론화…"자연스럽게 논의 될 것"
비명계 "팬덤정치 강화하자는 의혹" 반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여파가 대의원제 폐지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의원이 아닌 권리당원이 모두 참여하는 선거였다면 '돈 봉투'도 오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의원이 사라지면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지금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민주당 청원게시판을 보면 '민주당의 구태적인 대의원제도 완전 폐지를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2만5000여명의 동의(동의율 50%)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취지에 대해 "돈 봉투 사건의 발단은 바로 대의원 제도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기회에 구태적인 대의원 제도를 철폐하고 반드시 당원 중심의 깨끗하고 공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해야 국민들이 인정하는 공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1만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권리당원이 약 12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표를 반영한다. 따라서 대의원 1명당 권리당원 60명에 달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권리당원이 급증하면서 이 권한은 더 강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의원제를 폐지하거나 투표 반영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됐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 당 지도부가 '돈 봉투 의혹'의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대의원제 개편을 공론화하기 시작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돈 봉투 의혹 발생 이유가) 대의원 비율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것도 있지 않나.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장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당원와 국민의 참여를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런 차원이 정책뿐 아니라 당무라든가 각종 당의 최고 지도부 선출 이런 데서도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자칫 일부 지지 세력의 목소리가 당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권리당원으로 대거 편입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나온다.

대표적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대의원 제도를 바꿔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정말 터무니없는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국면을 통해서 이른바 팬덤정치를 강화하자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인데, 돈을 더 많이 뿌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리당원이 호남 등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는 민주당의 특성상 대의원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규백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권리당원의 비중은 그 3.5배에 이른다"며 "반면 영남의 경우 인구 비중은 24.6%에 달하지만 권리당원의 비중은 고작 7%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남이 우리 당의 뿌리인 것은 맞지만 전국정당으로서의 의사 결정 과정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대의원에게는 편중된 권리당원의 지역적 분포에 있어 균형추를 잡는 막중한 역할이 부여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의원제를 폐지하기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후보로 나선 김두관 의원은 "대의원 1표와 일반당원 60~70표의 등가가 같은 부분은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며 "권리당원 모두가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도 가능하기 때문에 대의원제 폐지를 포함한 개선 방안을 내놓으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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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