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 타준 이재명…윤-여야 원내대표 회동 성사되나

이재명, 분신노동자 빈소서 입장 밝혀
'정치의 복원'에 무게 실으며 양해 뜻
회동 성사 시 법안처리 갈등 해소 기대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단 간 회동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수차례 제안했던 영수회담이 불발됐지만 정치의 복원을 위해 윤 대통령과 원내대표 회동이 진행되어도 괜찮다는 양해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일 오후 5시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고(故) 양회동 건설노동자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용산 측에서 야당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와 만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에 대한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니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저는 괘념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수차례 제안했지만 실제 성사되진 않았다. 대통령실이 국회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일, 한미 정상회담 이슈를 비롯해 양곡관리법, 간호법 처리 등으로 원내외에서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됐다.

그러다 지난 2일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비공개 회동 자리에서 이 정무수석이 '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서 본인을 부르면 올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과 제1야당 간 회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광온 원내대표는 해당 자리에서 "대통령이 당 대표(이재명)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소위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대표를 먼저 만나라고 얘기한 것은 아주 잘 말씀한 것"이라면서도 "저는 일단 대통령께서 이재명 대표가 아닌 제2자인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대화를 제의한 것은 어떻게 됐든 여당과 대화를 하자는, 소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대화 재개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 됐든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패싱하고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은 옳지 않은 나쁜 방법이지만,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가르마를 타주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견해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정치의 복원'에 무게를 두며 회동에 대한 양해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지금 민생이 너무 어렵다. 건설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할만큼 갈등도 심각하다. 러시아-중국발 경제위기 그리고 한반도 평화위기도 매우 심각하다. 정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

이 대표는 "상대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 어떻게든 대화와 정치를 복원해서 이 어려운 민생경제안보위기, 이 극단적인 갈등의 골을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보탰다.

대통령실에서 먼저 회동을 제안한만큼 민주당에서 입장만 정리된다면 회동이 추진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의 민생법안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직회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다시 국회에서 처리 시도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회동이 성사된다면 현 상황에 대한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다. 소통만 잘 된다면 윈-윈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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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