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46만원"…고금리·전세사기에 '주(週)세' 확산 조짐

보증금 없어 전세 사기 우려 '뚝'…"초기 금융 부담 낮아"
전·월세보다 높은 임대료 책정…보증 보험 등 제도 미비

"전세 사기가 걱정돼 주세(週貰)로 계약했어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로 이직한 직장인 박모(36)씨는 최근 대치동 오피스텔을 주세로 계약했다. 직장생활 5년 차인 박씨는 "당장 회사 근처 오피스텔 전·월세 보증금을 낼 정도의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 고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 부담도 크다"며 "보증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전세 사기와 같은 피해를 보지 않을 것 같아 주세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에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주택 임대차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월세를 넘어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주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적다 보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세는 1주일 단위로 원하는 기간만큼 주택 임대 계약을 맺은 뒤 매주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기 임대 거래와 비슷하지만 보증금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한 달 월세 정도 수준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날로 커진 상황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주세 거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임대인들은 공실로 두는 것보다 주 단위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세 계약을 앞둔 공백기에 주세 거래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단기 임대 플랫폼에는 주 단위로 임대료를 받는 단기 임대 매물이 늘고 있다. 주세 매물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원룸과 투룸, 쓰리룸 등이 다양하다. 전용면적과 위치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지만, 통상 32㎡의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의 경우 주당 30~50만원 선이다. 실제 한 단기 임대 플랫폼에는 최근에 지어진 강남구 논현동의 전용면적 32㎡ 오피스텔이 45만원(1주 기준)에 나와 있다. 관리비와 청소비 등을 제외하면 중개수수료와 보증금이 없다.

일선 현장에선 주세를 찾는 임차인들은 다양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논현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증금 없이 원하는 집에 실제 살아본 뒤 계약을 하려는 임차인부터 단기 출장 회사원, 세련된 인테리어 공간을 갖춘 오피스텔에서 촬영을 원하는 유튜버 등 단기 임대를 찾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주변 호텔보다 더 저렴하고, 보증금 부담이 없다 보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세 등 단기 임대 거래와 관련된 보증 보험 등 제도적인 장치가 충분하지 않고, 주세를 월세로 환산했을 때 월세 시세보다 과도하게 책정된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또 공인중개사가 끼지 않는 직거래가 대부분이다 보니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임대인은 주세가 밀리는 등 악성 임차인에게 대처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임대차 계약방식이 세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의 단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과 전세 사기와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나 월세 계약이 줄고, 임대차 계약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고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고, 보증금을 내지 않으니 전세 사기와 같은 사고 우려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전·월세에 비해 주거 부담이 크기 때문에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등 임대료가 적정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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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