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무서워"…빌라 시장 무너진다

전세 사기·깡통 전세 여파…매매·전세 거래량 역대 최저
빌라 기피 현상 뚜렷…"아파트와 가격 격차 더 커질 듯"

"매매든 전세든 빌라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겼다"며 "좋은 빌라 매물을 권해도 손님들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로 꼽히는 빌라(연립·다세대 주택)가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등의 영향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빌라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빌라 매매와 전세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비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40건(빌라 6131건·단독 70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1~4월 기준)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또 지난해 매매 거래량(1만 4175건)과 비교하면 51.7% 감소한 수치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구가 전년 대비 비(非)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의 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737건이었으나, 올해 들어선 600건으로 급감했다. 이어 ▲강남구 64.2% ▲금천구 64.1% ▲송파구 63.0% ▲양천구 61.8% ▲도봉구 60.2% ▲서초구 56.4% ▲구로구 56.4% ▲마포구 52.2%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 거래량 역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비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은 올해 1~4월 3만6278건(빌라 2만2282건·단독 1만399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만3326건(빌라 3만2046건·단독 2만1280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세 거래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가장 적었다.

매수심리와 매매가격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지역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81.7로, 전국 평균치(82.3)를 밑돌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연립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422만원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3월 415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 단독주택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 296만원에서 지난달 256만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당분간 빌라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여파 등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아파트 전셋값 하락과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수요가 아파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파트 거래량은 회복세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4월 기준 9957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동기(5085건)보다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수요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며 "빌라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통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르면 주택 수요 중 일부가 비아파트로 넘어간다"며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비교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지금은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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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