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화재 일가족 사망, 아파트 관계자 무더기 기소

당일 당직자·방재담당자 등 6명·관리업체 2곳 불구속 기소
사건 당일 화재감지 신호 전달됐지만 화재수신기 초기화해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와 관련, 사건 당일 화재경보기를 끈 아파트 관계자와 방재담당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송봉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사건 당일 당직자인 방재담당자 A(40대)씨와 관리사무소장 B(50대)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 2곳을 소방시설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26일 오전 9시부터 당직 근무를 하며 화재경보기가 꺼진 상태를 알았지만 켜지 않은 채 방재업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날인 27일 오전 4시 13분께 피해자들의 집 거실에서 에어컨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해 화재감지기 신호가 관리사무소의 화재 수신기에 전달됐지만, A씨는 화재경보기를 울리거나 현장에 출동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화재수신기를 초기화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는 또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보를 울리거나 대피를 유도하는 등 사람을 구출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A씨의 상급자인 B씨 등 3명은 평소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채 사건 당일 꺼져있던 화재경보기를 58시간 동안 방치한 혐의다.

검찰 수사 결과 A씨 등은 지난해 1월 2일부터 7월 16일까지 근무 중 업무 편의를 위해 점심시간과 야간, 주말에 집중적으로 202차례에 걸쳐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차단하고, 아파트 관리업체 2곳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말에는 관행적으로 화재경보기를 끄고 근무해 이 사건 화재 발생 직전인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월요일 새벽(2022년 6월 24~27일)까지 14개 동 27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전체의 화재경보기가 58시간 동안 꺼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 1월 1일부터 화재가 발생한 6월 27일까지 화재경보기 작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화재경보기가 꺼져 있는 비율은 78%에 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를 비롯한 방재담당자들은 화재 수신기에 화재 신호가 전달되더라도 실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해 즉각 현장에 출동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화재 신호를 없애기 위해 수신기를 초기화해 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같은 관리소홀로 인해 화재 당시 피해 일가족 3명은 제때 대피하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화재 시뮬레이션과 법의학 자문, 현장 상황 등에 따라 정상적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려 피해자들이 대피했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화재경보기가 차단됐던 이력이 소방시설 점검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미비점을 발견했고, 이를 점검항목으로 추가하도록 관계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족을 면담해 의견을 청취하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들의 생존 당시 지출된 치료비와 장례비 전액을 지원했다"며 "화재 시뮬레이션과 관련자 및 전문가 조사, 법의학 자문 등을 통해 일회성 과실에 의한 사건이 아닌 평소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임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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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