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폭탄에 전셋값 17억→10억"…'을'이 된 강남 집주인

고금리·전세 사기·깡통전세…전세 대신 월세 선호 뚜렷
하반기 서울 1만 가구 신규 입주 물량…하방 압력 계속

"대규모 입주 물량 입주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전셋값이 더 떨어지고 있어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입주가 본격 시작하면 지금보다 적어도 수억원은 더 하락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신규 아파트 선호해 구축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대규모 입주 물량이 인근 단지의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저가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 주택 임대차 계약 당시 시세보다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을'(乙)이 된 강남 집주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며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의 여파로 전세 수요가 줄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계약이 끝난 집주인들은 위해 대출을 받아 보증금 일부를 되돌려주거나 하락한 전셋값만큼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등 기존 세입자를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올해 강남지역에 신규 공급 물량이 집중돼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구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3375가구)의 입주가 시작했다. 또 오는 8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와 내년 1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입주 물량 예정되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전용면적 84㎡)가 10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2020년 10월 17억6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억원 하락했다. 또 지난 2021년 10월 2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 2일 13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1년 6개월여 만에 11억원이 떨어졌다.

전세가격지수도 하락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85.47로, 2020년 10월(85.03) 이후 최저치다. 강남 11개구(邱) 전세가격지수는 83.9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강남구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3월 41.6%에서 4월 41.2%로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선 최근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만큼 당분간 강남권의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에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에서 전셋값 하락세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입주 예정 단지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도 하락하는 도미노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