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옥씨, 지난해 10월 억울함 호소하며 재심 청구
1970년대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전남 여수 납북 귀환 어부가 재심을 받는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혜선)는 반공법·국가보안법·수산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자격 정지 3년을 선고받은 신평옥(84)씨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신씨는 1971년 5월 전북 군산항에서 동림호(유자망 어선)를 운항해 조기 조업에 나섰다가 북한 경비정에 납치·억류됐다.
신씨는 1972년 5월 10일 인천항으로 귀환한 직후 선원 5명과 함께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다.
신씨는 이후 구속 수사 과정에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강요받았다'는 이유로 신씨의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탈출로 인한 수산업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월에 자격 정지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973년 9월 신씨의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신씨가 스스로 북한에 들어간 이상 북괴 집단과 회합이 있을 것이라는 미필적 예측을 했을 것이라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는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은 1973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은 유지했으나 기소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여수에 살던 신씨는 지난해 10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감금을 당한 만큼 재심 사유가 있다는 취지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신씨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률적 근거 없이 구금됐다. 이는 수사기관이 직권을 남용한 불법 체포·감금죄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납북됐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려 처벌당한 어부들의 명예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한편 신씨와 함께 불법 체포·감금된 동림호 선원 5명도 재심 3건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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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 / 김권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