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관리부실·매각과정 감사…이달 말 쯤 결과 발표 예정
10년전 잘못, 소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수후 해상 운송과정에서 침수 발생
거제시, 하자투성이 거북선 건조 조선소에서 인수 안해야 마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거제 임진란 거북선' 불용처리에 대해 경상남도가 감사에 착수한지 한달이 다됐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22일 실국본부장회의에서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제작한 거북선이 154만원에 팔린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한지 벌써 한달째다.
이날 박 지사는 “거액을 들여 거북선을 건조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관광자원 조성 등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수리해서라도 계속 활용해야 하는데, 팔아치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북선은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며 “거북선이 어떤 경위로 제작돼 매각됐는지 그 과정을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따라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감사팀을 꾸려 거제시 현지에 내려 보내는 등 감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일 감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감사라기 보다는 거제 거북선의 관리부분과 매각 과정에서의 잘못여부 등을 조사해 왔다"며 "늦어도 이달 말쯤에는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모든 근본적인 문제는 충남 서천시 소재 거북선 건조 조선소의 부실 건조에서 비롯됐지 않았나 하는 질문과 함께 10년전 하자 투성이인 거북선을 인수한 거제시의 안이한 행정행위에 대한 감사여부를 질의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했다.
문제의 거북선은 2011년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건조됐다.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무게 122t로 규모로 제작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 또는 '임진란 거북선'으로 불렸다.
당시 사료 고증을 토대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복원된 거북선 중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건조를 맡은 업체가 시방서에서 정한 금강송이 아닌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건조한지 얼마되지도 안했는데 물이 새고, 방부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고 뒤틀림 현상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1년 6월 17일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입항 직후부터 선체로 물이 들어찼다.
이보다 앞서 조선소에에서 거제시로 해상운송중이던 거북선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6월 14일 0시40분께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동쪽 3마일 해상에서 거제시 해상전시용 '임진란 거북선'이 침수돼 선원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거제시는 수리 후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안전검사협회 검사 결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지만 선체 롤링(흔들림)이 심해 바다에 띄운 채 관람객을 승선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년도 안된 2012년 육지로 건져 올린 이후 지금까지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됐다.
그리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북상 때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거제시는 매각에 나섰지만,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번번이 무산됐다.
2월 첫 입찰 당시 매각 예정가격이 1억 1750만 원 이었지만 이후 7번의 입찰은 모두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8차례 입찰 끝에 154만원에 낙찰됐다. 애초 이 사업비의 1300분의 1 수준이다.
시는 거북선 유지보수를 위해 2015년부터 연평균 2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을 사용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나무 상태가 좋지 않았고, 해상에서 전시하던 배가 육지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추가 파손이 있었다”며 “유지보수를 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와 매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의 통영시는 거제시와 달리 경남도로부터 판옥선을 전달받아 관광 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으며, 동시대에 건조된 통영거북선도 매년 8월에 개최되는 한산대첩축제때 늠름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거제시민 전모(61)씨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거제 거북선'은 혈세낭비도 문제지만 거제시민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호국정신과 위업을 기리기 위해 거제는 옥포대첩축제, 통영은 한산대첩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거제는 거북선을 매각한 반면 통영은 한산대첩축제때 사용하고 있다"며 "이유는 불문하고 거제시의 행정이 좀 안이하다"고 덧붙혔다.
또 조선소에 다닌다는 이모(58)씨는 "조선도시 거제에서 어떻게 그런 엉터리 거북선을 인수하는냐"며 "당시 하자투성이 거북선을 인수한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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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