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현동 개발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민간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의 재판을 병합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재판부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대표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 앞서 김 전 대표와 정 대표의 사건을 병합해 두 사람이 함께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같이 고발된 사건이고,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증거들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 대표의 별건 횡령·배임 혐의보다는 백현동 사업 부분이 주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해 병합을 신청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소사실 중 두 사람 모두와 관련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관련이 없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고 하면서 "(두 사건을) 병합해버리면 관련 없는 부분에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대표 측도 정 대표와는 따로 재판받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 전 대표 혐의에 연루된 측근 김모씨를 아직 기소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우선 김 전 대표와 정 대표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18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고 정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2014년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당시 아시아디벨로퍼는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성남시에 2단계 부지용도를 요청했으나 거부됐고, 이듬해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뒤 사업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시아디벨로퍼는 3000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탁 또는 알선의 명목으로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정 대표로부터 77억원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해 따로 기소돼 있다. 그는 법인자금 횡령 등의 혐의도 받는다. 심리는 김 전 대표 재판과 같은 재판부가 맡았으며 첫 재판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검찰은 백현동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의 친분이 두터운 김 전 대표가 특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오랜 기간 '정치적 교분'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인허가 과정에 로비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인섭은 이재명·정진상과의 밀접한 관계 및 호남향우회 인맥 등을 이용해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 뿐만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비선 실세' 로 통했다"며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이들의 특수관계 및 김인섭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첫 공판기일에서 "적법한 절차에서 관여했을 뿐 알선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이 성남시 '비선 실세'로 통했다는 검찰 판단은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