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해옥 할머니·정창희 할아버지 유족 대상
안산지원·평택지원 등에도 공탁 신청된 상태
수원지법도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금 공탁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광주지법과 전주지법에 이어 세 번째 불수리 결정이 나온 것이다.
수원지법은 5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전날 강제노역 피해자 2명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접수한 공탁 신청에 대해 불수리(받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공탁 대상자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배우자와 고 박해옥 할머니 유족 1명 등 2명이다.
수원지법 공탁관은 "공탁신청서에 첨부된 서류에 의하면 제3자 변제에 대한 피공탁자(채권자)의 명백한 반대 의사표시가 확인된다"며 "이는 민법 제469조 제1항에 따른 제3자 변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광주지법이 양금덕 할머니 배상 판결금 공탁 불수리를 결정한 것과 같은 이유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지난 3일 재단이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자 양 할머니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을 불수리한 바 있다.
민법 469조는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3자가 채무 변제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 공탁관은 공탁 규칙 48조상 불수리 결정 권한을 가진다.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3자 변제안을 거부한 만큼, 민법상 3자의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외교부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으나, 공탁관은 이의신청도 '이유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광주지법 민사44단독(강애란 판사)으로 넘겨져 재판장이 공탁 불수리 결정의 적법 여부를 서면으로 심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내놨다.
발표 이후 지금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지만,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수용을 거부해 왔다.
이에 정부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노역 배상 소송 피해자와 유족 등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배상금(판결금과 지연 이자)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광주지법에 이어 전주지법, 수원지법까지 모두 정부의 일본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금 공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에서는 이날 오전 박 할머니에 대한 공탁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재단이 피공탁자를 박해옥 할머니로 제출한 것을 두고 법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피공탁자가 될 수 없다"며 상속인 변경 및 소명자료(가족관계증명서 등)를 제출하라고 보정을 권고했으나 서류 보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단은 이날 오후 피공탁자를 박 할머니의 자녀 2명으로 수정한 공탁 신청서를 새로 냈다.
이 밖에 수원지법 안산지원, 평택지원 등에 접수된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에 대한 공탁 신청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안산지원은 상속 관련 서류를 보완하라며 보정명령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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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 신 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