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권한 분산·풀뿌리자치 실현 "제주 기초단체 부활해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좀 더 세분화한 주민 중심 자치해야" 의견도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도지사 권한 분산과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치단체 부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연구원은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주도기자협회와 공동으로 7일 제주시 노형동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4차례 열리는 권역별 토론회 첫 순서로 북부권역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선호하는 입장을 가진 토론자들은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 분산'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개인적으로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대안은 기초단체 부활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선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누는 3개의 기초단체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도민들에게 익숙하고 주민수용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진희종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 위원장도 "기초단체 부활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기초단체 폐지는 심각한 헌법적 가치 훼손이며 자기결정권 훼손이다"면서 "기초단체 부활은 도지사의 권한을 잘라내는 것이어서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어려운데, 오영훈 도정은 기초단체 부활에 대해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강철호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회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왕적 도지사의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큰 화두는 '과연 도민의 삶이 나아졌느냐' 일 것"이라며 "기초단체를 되살리는 방안으로 간다면, 경쟁보다 상생의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관계가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좀 더 세분화한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는 것과 함께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따라 제주도도 도민이 주권자고, 도민에게서 권력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의제를 채택하다 보니 실제로는 도지사와 도의회가 권력을 행사하면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장 큰 딜레마가 됐다"며 "시군자치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것 못지않게 주민이 중심이 되는 풀뿌리 자치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승종 제주일보 논설실장은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모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주민들을 위한 것인지 권력자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며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의 뜻을 묻고 그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와 관련 올해 12월까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에선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모형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주민투표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6·1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는 2024년 주민투표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결정한 뒤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에 출범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의 행정체제는 1도·4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에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함에 따라 현행 1도·2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로 개편됐다.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는 입법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이 없으며, 행정시를 견제하는 기초의회도 없다. 행정시장은 2년 임기직으로 도지사가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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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