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9인 전원 만장일치로 기각 선고
재판부 "국가재난시스템 부실했다고 보기 어려워"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볼 수 없어"
"신뢰 실추 됐다거나 파면 정당화로 보기 어렵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성실의무·발언 위반 지적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국무위원으로는 헌정 사상 첫 탄핵심판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파면을 면하며 즉각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기각을 선고했다. 지난 2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우선 재판부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파면과 국무위원의 파면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했다.
재판부는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는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라며,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선거에 의해 선출돼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 받은 대통령과 비교할 때 행정각부의 장은 정치적 기능이나 비중, 직무계속성의 공익이 달라 파면의 효과 역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 형량을 함에 있어 이와 같은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판단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사전에 지정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재난안전법은 다중밀집으로 인한 압사 등 인명피해 사고에 대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별도로 분류해두지 않았다"며 "피청구인이 참사 발생 전 이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설치 운영에 대해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등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행안부나 피청구인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중대본과 중수본 설치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사후 설치에 대해선 "긴급구조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여전히 재난 원인과 유형, 피해상황 및 규모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피청구인이 다른 대응조치에 우선해 중대본과 중수본의 설치·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난안전법을 직접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헌법상 기본권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청구인이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요청을 계속 했던 이상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증대본은 사망자 장례비 및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구호금, 정부합동분향소 설치 등 조치를 발표했고, 유가족 협의회 등 지원을 위한 행안부 지원단 설치를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사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사후 발언에 대해선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탄핵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피청구인의 사후대응이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약 85분에서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화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정정미 재판관 역시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으나 일부 사후 발언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참사원인,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일부 발언 부분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2월8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뒤 다음 날 헌재에 접수했다.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은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이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대응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위반이 있었다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를 살펴본 뒤 선고를 내리게 됐다.
헌재는 총 두 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했고, 네 차례에 걸쳐 변론기일을 거친 뒤 이날 선고를 진행했다. 그간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상황실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 1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이 장관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은 탄핵심판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충남 수해 현장 방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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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