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사노조 "교사 자존감 회복하도록 정부·국회가 나서야"

 "저도 당신입니다"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가 극단적선택을 해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경남지역교사들이 과거 경험담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경남교사노조는 경남교육청 현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사 자신들의 악성 민원 사례를 소개했다.



교사 A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투기 조종사의 아내로 지내며 매일 수의를 입는 심정으로 살아온 저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고등학생,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학습편의상) 수업시간에 내 손 한뼘을 18㎝로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칠판에 '18'이라는 표기를 하자 다음날 한 학부모가 전화와서 '어떻게 욕을 가르칠 수 있냐'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등 유사 사례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입주민 전용 온라인카페에 (저를) 비방하는글을 게시했고 학부모회장단이 주축이 되어 끊임없는 악질성 민원이 반복됐다"고 호소했다.


특히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2명은 A씨가 다니는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 학부모 위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무너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학부모에 대한 어떠한 강제적 처벌 조항도 없고 도교육청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가해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결렬'로 종료된다"며 직접 겪은 악성 민원을 언급했다.

교사들이 악성 민원에 맨몸으로 노출돼도 학교 측은 되레 교사에게 사과를 시키고 일을 덮으려는 등 미온한 대처를 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10년차 초등교사인 B씨는 "2014년 11월 미술수업을 하던 중 제자들앞에서 학부모에게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당시 학부모로부터 '싸이코x, 미친x, 너같은게 어떻게 선생이냐'라는 폭언을 듣고 다른반 학생들도 다 들릴만큼 폭언을 하고 제 팔과 등을 사정없이 때려 인격적 모욕감과 좌절감을 느껴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더구나 당시 "'교감은 학부모가 화가 많이 났으니 학부모에게 사과를 하고 수업하러 올라가라'고 해 결국 절 때린 학부모에게 모욕감과 굴욕감, 좌절감을 참으면서 억지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고 울먹였다.


15년차 초등교사인 C씨는 "수업시간에 오줌을 싼 1학년 학생을 씻겨 옷을 갈아 입혀주고 아침에 먹고 온 것을 토한 토사물을 치우면서도 저는 자괴감 안듭니다. 안 괴롭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부모님들의 약을 먹여달라, 김치를 먹여달라,일기 검사를 해달라, 우리애는 먹이지 말아달라, 학년초에 찾아오셔서 나는 작년 담임은 선생이라고 생각 안한다. 올해는 안 그러길 바란다. 이런 요구에는 저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발판삼아 아동학대법, 학교폭력법, 24시간 민원직접응대 등 세 가지가 반드시 개정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충수 경남교사노조위원장은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입법권자인 국회는 현장에 귀 기울여달라"며 "교사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기가 올라가고 행복해야 아이들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그만큼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우리 선생님들은 힘을 모으고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겠다. 그래도 금쪽같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교사노조는 경남도내 약2500여명의 교사가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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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