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게 통지없이 선고기일 2주 앞당겨
대법 "방어권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
"피고인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호권 침해"
재판부가 예고도 없이 선고기일을 앞당겨 유죄를 선고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13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자동차를 대신 팔아주겠다는 명목 등으로 피해자 18명에게서 4억5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지난 3월 2심은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와 추가로 합의했으나 원심에서 이미 피해자 10명과 합의했고, 여전히 대부분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용서 받지 못하고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A씨는 원래 4월7일로 지정됐던 선고기일이 갑자기 3월24일로 2주 앞당겨지면서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 당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형사소송법상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을 소환해야 하며 검사와 변호인에게 미리 날짜를 통지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규정이 준수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법령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대법은 "공판기일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항소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선고기일을 4월7일로 고지했는데, 피해자와의 합의서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제출할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고지된 바와 달리 3월24일 선고기일이 진행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했고 원심은 항소 기각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선고기일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는데, 원심 법원이 변론종결 시 고지된 선고기일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 통지없이 급박하게 변경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