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공범 무죄 확정…결국 '미제'로 남나

광주고법, 파기환송심서 50대 피고인 무죄
1심 무죄·2심 유죄·3심 무죄 취지 파기환송
"정황증거만으로는 고의·공모 인정 어려워"

 24년째 해결되지 않은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동정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무죄를 확정 받으면서 사건이 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재신)는 26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5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황증거만으로 김씨와 행위자 손모씨의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상고심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8~9월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같은해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공범 손씨와 공모,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이 변호사 살해에 대한 공모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모공동정범은 직접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핵심적 영향을 끼친 의사 전달이 있다면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김씨는 지난 5일 법정에서 "죽은 친구(손씨)에게 들은 얘기를 잘못된 언행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재판 절차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선 반성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단지 들은 얘기를 말했다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경·검 수사기관은 저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손씨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2월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다만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김씨는 각각 법리오해와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해 8월17일 김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 원심(1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상고장을 제출했고,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월12일 김씨에게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제보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 증거만을 종합해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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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