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헌재 위헌 판결 후 법안개정 법적 시한 못 맞춰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다음달 1일부터 정당 간 현수막 전쟁이 벌어질 모양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법의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인쇄물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금지 기간이 길어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7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정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180일 기간을 120일로 줄이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는 해당 조항들이 효력을 잃고 누구나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정치권에선 당장 오는 10월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부터 현수막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 소속 김태우 전 구청장이 물러난 뒤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후보를 낼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의 10월 보궐에서 국민의힘이 질 경우 김기현 지도부에게 타격을 주고,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1차 후보 공모에 13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당내 경선부터 후보를 홍보하고 당내 경쟁자나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길거리에 도배될 가능성이 높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제3지대 신당도 후보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건 현수막 문제가 아니라 선거 기간 중 선거 관련 집회를 얼마나 허용할지 때문이다.
헌재는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국회 정개특위 논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온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만을 한정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즉 특정된 5개 형태 외의 모임에 대해선 30명까지는 모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30명은 되고 31명은 안 되느냐', '30명이 모여도 모임 이름을 저 다섯 개 중 하나로 안 하면 어떻게 할 거냐', '동창회에 동기들과 선배들이 뒤섞이면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등 다양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결국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시일 내에 처리되지 못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입법 지연으로 인해 국민들이 우려하게 했다는 점에서 여야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8월 초에 논의를 시작해 8월 중으로는 본회의에서 의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8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공백일 수 밖에 없다"며 "여야가 협상을 한다고 했는데 잘 안됐다. 다음달 본회의 때 제대로 하자고 해서 지금 계속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탓으로 돌리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한 만행"이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해서 법사위에 올렸는데 법사위원장이 월권을 행사했고, 직권남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일단 국민의힘 사과를 해야 한다"며 "택도 없는 이유로 무법천지를 만든 것에 대해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 그 뒤에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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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