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연속 흑자지만…수입 줄어든 '불황형 흑자'

수출 64.2조…전년比 16.5%↓
유가하락 등 수입 25.4%줄어

지난달 2조원 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흑자와 함께 누적 적자도 소폭 줄었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수출 실적은 반도체 업황과 중국 여건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 속 10개월째 감소세에 유가 하락 등으로 수입도 25.4%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16.5%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64조2966억원)로 집계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2조823억원) 흑자였다.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무역적자는 248억4000만 달러(31조7530억원)가 누적됐다.

수출은 10개월 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등의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 이같은 수출 하락에도 무역흑자를 기록한 배경은 수입 감소에 있다.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5.4% 감소했다.


◆美·EU도 수출 감소…中 무역적자 개선 중

품목별로 자동차(15%)와 일반기계(3%), 가전(3%) 등에서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역대 7월 중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일반 기계는 글로벌 설비 투자 확대에 따라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34%)와 석유제품(-42%), 석유화학(-25%), 철강(-10%) 등에서 단가 하락을 겪으며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아세안은 물론 그동안 강세를 보인 미국과 등 유럽연합(EU) 등 전략시장까지 모두 감소했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호조세에도 반도체와 석유제품, 석유화학 제품이 저조한 데다, 지난해 7월 역대 1위 실적을 기록한 역기저효과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수출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품목인 전기차와 약극재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는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부진 등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에서의 무역수지는 12억7000만 달러(1조6243억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 3월(27억1000만 달러 적자)부터 적자 폭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수지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흑자기조 유지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자동차일반기계 등 주력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반도체도 점진적인 회복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수지 개선흐름을 넘어 수출 플러스 전환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 범부처 수출지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산업부는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수출 확대 기반을 강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가하락에 원유 수요 줄어…에너지 외 수입도 감소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5.4% 줄었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원유(-46%)와 가스(-51%), 석탄(-46%)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47% 줄었다.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 수입도 16.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두바이유 22.0%, 원유 45.8%, 가스 51.1%, 석탄 46.3% 하락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원유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단가가 하락한 부분도 있지만 물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지난해 7월에는 9600만 배럴 원유를 수입했는데 당시에는 전년 대비 23% 늘어나는 이상요인 측면이 있었다. 에너지 위기로 인해 대량 비축했던 시기였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역기저효과로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도 감소했다. 반도체와 철강제품, 반도체 장비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16.6% 감소한 390억 달러(49조8771억원)를 기록했다.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 원료인 수산화리튬(46.8%)·탄산리튬(52.7%) 수입은 큰폭으로 증가했다.


◆수출 증가 아닌 수입 감소로 흑자

계속된 무역적자 속에서 2개월 연속 흑자세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순수출 실적이 성장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닌 수출 감소세를 기반으로 한 '불황형 흑자'란 점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흑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고 본다"며 "순수출이 났으니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기본적으로 수출이 감소세고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불황형 흑자"라며 "현재 기조는 수출 호조세라기 보다 수출 감소세가 악화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실장은 "불황형 흑자란 공식적 정의가 있지 않아 명확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증가하는 상황이고 6월을 기준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저점을 지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순수출이 1.3% 정도 성장에 기여했다. 우리 경제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분기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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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