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노인비하 논란에 유감 표명만…사과 일축
박광온 "세대 조장하거나 상처 주는 언행 삼가겠다"
친명계 정성호도 '쓴소리'…"혁신위 당내 입지 좁아져"
내주 발표될 3호 쇄신안 '존폐 시험대' 될 수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인 비하'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계파 구분 없이 당내 질타가 쏟아지면서 혁신위가 출범 한달 여 만에 좌초 위기에 놓인 모양새다. 혁신위가 내주 발표할 3호 쇄신안이 존폐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지도부 사과에 친명계도 쓴소리…출범 한달 여 만에 좌초 위기
2일 김 위원장의 해명에도 논란이 식지 않자 당 지도부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가고 하지 않겠다"고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논란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사과 가능성은 일축한 가운데, 지도부 차원에서 대신 공식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김 위원장 발언을 문제 삼는 쓴소리도 계속해서 쏟아졌다. 그간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을 샀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친명계 대표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어르신들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보지만 자녀의 말을 인용함에 있어서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인용한 것 자체가 당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정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어르신들이 청년 시절을 거쳐왔기 때문에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할까"라고 가세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논란으로 인해 혁신위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당내서 힘을 못 받는 상태에서 이번 논란으로 당내 입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 한 통화에서 "비명계는 애초부터 혁신위 존재 자체를 마뜩잖아 했으니 이번 논란을 기회삼아 흔들기에 나선 셈이고, 친명계도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친명계 관심 사안인 공천룰 개정이나 대의원제 폐지 등은 혁신위 논의 후순위로 밀려있는데, 빨리 이런 논의에도 속도를 내보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당을 흔들 정도의 망발을 하니 계파 구분 없이 질책하고 나선 것"이라면서도 "친명계도 내심 속이 타는 모양이다. 이 대표가 김 위원장 손을 빌려서 무언가를 해보려다가 실패할 위기에 놓인 것 아니냐"고 했다.
◆ 혁신위, 3호 쇄신안 이르면 내주 발표…"존폐 시험대 놓일 듯"
혁신위는 3호 쇄신안을 성안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앞서 혁신위는 당의 정책 역량 강화 방안을 3호 쇄신안으로 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미래 정책을 다룰 전문인재 영입을 확대하고, 청년 문제 등을 다룰 '미래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차기 안이 혁신위의 존폐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중진 의원은 "혁신과제라고 내놓은 기존 안들이 당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망언 논란까지 자초했는데 앞으로 혁신위가 무엇을 하든 제대로 먹히겠나"라고 봤다. 이어 "새로 내는 안들이 당내서 제대로 논의나 되면 다행이다"라고 직격했다. 차기 안이 당내 호응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당내 흐름이 자연스럽게 혁신위 해체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전날 인천시당 간담회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면 유감"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노여움을 풀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추가 입장을 낼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까 이미 말씀드렸지 않나"라며 "유감스러운 것으로 된 것이고 전혀 그런 의도 없는 것 알지 않나"라고 잘라 말했다. 혁신위 측도 "발언 맥락을 봐달라" "화자의 의도와 달리 청자가 오해할 수 있다고 이해한다" "이렇게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하는 데 그친 상황.
당내선 김 위원장이 명확하게 사과해 사태를 매듭짓고 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을 대신해 사과 입장을 내며 김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본인이 유감의 표시를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명징하게 사과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당 구성원으로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매우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한노인회는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까지 대한노인회에 직접 와서 충분한 경위를 설명하고 해명하고 사과하라"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는 것을 약속하고, 그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적으로 민주당 당사 지구당을 항의 방문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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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