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분란'에 화력잃은 대여 공세…지도부도 '고심'

'김건희·고속도·검찰수사' 공세 주춤…"잘 나가다가.."
"지지율 하락 추이 등 감지되면 다른 대책 세울수도"

'노인 비하'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공식 사과했지만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당 내부 혁신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대정부여당 전선에도 힘이 빠지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결국 고개 숙였다. 노인 비하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지 나흘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아들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남은 여명에 따라 비례적으로 투표하자는 주장이 합리적'이란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사과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도 대한노인회 측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에게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면전에서 김 위원장의 얼굴 사진을 때리며 "정신 차려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노인회 측은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000만 노인표를 잃는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으름장을 놓았다.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란 공세가 계속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혁신 과제를 스스로 입증한 민주당 혁신위의 갈지자 행보가 미칠 여러 우려에 대해 민주당의 진지한 성과와 대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도 여진이 이어지면서 당 지도부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그간 혁신위 잡음이 계속되면서 당내 분란이 깊어진 데 더해, 이번 논란으로 대정부여당 전선에도 힘이 빠진 탓이다.

민주당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일가 논란, 양평고속도로 건설 의혹,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둘러싼 검찰의 조작수사 의혹까지 정부여당을 겨냥한 전방위적 파상 공세를 펼쳐왔다. 그러나 '혁신위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대여 공세가 힘을 받지 못하면서 고심하는 기류가 읽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잘 나가다가…"라고 말끝을 흐리며 "해야 할 게 많은데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김 위원장이 사과했으니 상황이 빨리 진화됐으면 한다"면서도 "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든가 그런 흐름이 좀 보이면 특단의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내부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선 외부로 돌릴 총구가 없다"라며 "혁신위 논란부터 매듭 지어야 다음 스텝을 나아갈 수 있다. (혁신)위원장 사퇴론에 대표 사퇴까지 나오는 마당에 내부 문제부터 가라앉히고 정리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봤다.

한편 원내선 김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퇴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분위기가 갈 수록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설화를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앞으로 실수한다면 제가 나서서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 간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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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