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10일 대의원제 권한 축소 방향 혁신안 발표
계파갈등 심화…비명계 "친명계 위한 것" 반발하기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10일 '대의원제·공천룰 개편' 골자의 혁신안을 발표한다. 친명계(친이재명계)에서는 대의 민주주의 강화라는 이유로 혁신안을 반기는 한편 일부 의원들은 '비명계 학살'이라고 반발하는 등 쇄신안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당 내부 갈등 봉합이란 부담을 짊어지게 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경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오후 1시30분 대의원제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일대일로 맞춰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방향의 개편안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대의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구조의 문제를 건드리고 대의원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대의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3선 이상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 공천 과정에서 페널티를 주는 등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약화하는 내용도 쇄신안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당권 및 내년 총선과 직결된 대의원제와 공천룰은 크지 않은 변화로도 의원들간 갈등을 유발하는 당내 화약고로도 꼽힌다.
최근 혁신위가 김은경 위원장의 '설화'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대의원제 권한 축소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 윤곽이 나오자 민주당은 계파 분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쇄신안이 윤리정당을 위한 혁신 내용이라기보다는 이 대표 및 친명계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비명계 비판이 나오면서 당이 둘로 쪼개진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에 대해 사과하는 순간 해체 등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이 대표 입장에선 아직 개딸 영향력을 강화하고 공천제도를 손봐서 비명계를 학살하고 싶은 탓에 아무런 (사과) 표명을 안 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공천 학살을 위한 밑그림"이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등 일련의 사건들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혁신위가 대의원제, 공천룰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쇄신의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친명 핵심 세력들은 혁신보단 다음 당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쇄신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본질적이지 않은 걸 건들고 있다. 사실상 혁신위가 '친명 지킴이 안'을 내도록 방치한 이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이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거나 혁신위를 둘러싼 비명계의 비판이 '오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당 대표도 1표, 국회의원도 1표, 권리당원도 1표인 헌법상 보장된 평등선거를 해야 한다"며 대의원 권한 축소와 관련한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혁신위는 혁신위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두고 논의하고 제안한다. 누구의 무슨 하명 혁신은 아니지 않냐. 과도한 오해"라고 반박했다.
계파 갈등의 심화로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 발표 이후 내홍 완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의원제·공천룰 개정과 같이 당헌·당규를 수정해야 하는 사안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전 당원 투표 등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나서 혁신안에서 비롯된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에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혁신안을 존중하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당헌·당규에 어디까지 반영할지는 의원총회, 최고위원회 등에서 논의해야 한다. 혁신위가 제안했다고 해서 100% 다 반영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수용 범위는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지도부의 리더십 영역인 만큼 '국민 눈높이'라는 원칙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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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