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선출 대의원 배제에 ‘혁신 아닌 퇴행’ 논란

비명계 "이재명 책임져야"…친명계서도 "신중해야"
16일 의총·28일 워크숍에서 찬반 격론 오갈 듯"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는 해체했지만 혁신위가 쏘아올린 대의원제 폐지가 퇴행 논란에 휩싸였다. 텃밭인 호남 지역 외에 비우호 지역인 영남권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대의원제 폐지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 민심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번 혁신위 제안을 계기로 기존 제도를 당원 증가를 반영해 손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대의원제를 둘러싼 당내 진통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9일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퇴장했다.

현행 전당대회 투표 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25%'인데, 이를 '권리당원 70%, 일반국민 30%'로 바꾸자는 게 혁신위 제안이다. 별도로 뒀던 대의원 몫을 배제하고, 대의원이든 권리당원이든 1인 1표를 행사하자는 것이다. 대의원제 자체는 유지하나 대의원 권한을 무력화해 사실상 폐지에 준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당내선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히 비명계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비명계는 대의원 권한이 축소될 경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명계 대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한 통화에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며 "세상에 대의원 없는 정당이 어디 있단 말이냐"고 반발했다. 그는 이번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이번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나오기도 하나, 대의원제 도입 취지 등 정당 역사성을 고려했을 때 대의원제 손질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대의원제는 민주당 권리당원의 호남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영남 지역의 경우 민주당 당원 숫자가 적은 반면 호남엔 과도하게 쏠려 있어 지역 대표성 왜곡 현상을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데 이번 혁신안은 속도만 생각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영호남 지역 불균형 완화를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한 것 아니냐"며 "대의원제엔 당 역사성과 사회성이 내포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등가성이 왜곡돼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권리당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하는 데 비해, 대의원 수는 1만6000명 수준이다. 현행 전당대회 룰상 대의원 투표 1개는 권리당원 표 60개 가치를 지닌다. 권리당원 숫자의 2%도 채 되지 않는 대의원이 과대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혁신안을 계기로 대의원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도부 소속 한 재선 의원은 "대의원제 폐지 수준엔 못 미쳐도 현 제도를 조금 손볼 필요는 있다"며 "다만 계파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봤다.

한민수 대변인은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제안에 대해 "최고위와 당 지도부의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어 28일부터 양일간 의원 워크숍도 앞두고 있다. 대의원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의총과 워크숍을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최고위에서 이행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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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