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아 살해·유기 엄마 “경제상황·육아 힘들어서”

2020년 9월 출산 후 100여일 만에 범행
숨진 아이 인근 포구 테트라포드에 유기
경찰, 진술 사실관계·공범 여부 등 조사

생후 3개월 자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친모가 살해한 영아를 포대기에 싼 뒤 테트라포드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26)씨가 범행을 자백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20년 12월23일 자정께 고의로 생후 3개월된 B군의 얼굴에 이불을 덮어 두고 외출했고 다음 날 오전 집에 돌아와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숨진 B군을 포대기에 싸고 쇼핑백에 넣은 뒤 차량을 타고 서귀포시 소재 포구로 이동, 주변 테트라포드에 B군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유기했다고 한 테트라포드는 현재 석회석 등으로 매립됐다.

이 때문에 B군의 시신을 확인할 수 없어 DNA 대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친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A씨와 교제한 C씨가 친부로 추정되고 있지만, C씨는 자신이 친부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0년 9월 B군을 낳은 사실을 지인 1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고 출산 이후에도 혼자 B군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육아가 힘들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A씨는 B군을 키우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으나 인건비는 지급하지 않았고, 월세 등 임대료를 수 개월째 내지 않는 등 개인 채무도 3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귀포시는 B군이 출생 신고 기록은 있지만 의무예방접종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소재 파악에 나섰다.

A씨는 B군의 소재를 묻는 시청 직원에게 '아이는 아빠가 육지에서 키우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A씨가 계속해서 아이를 보여주지 않자 지난달 26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B군을 살해했거나 유기했다고 판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달 초 자택에 있던 A씨를 체포했다.

이후 도주의 우려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지난 15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A씨가 진술한 내용에 대한 신빙성 및 사실관계와 공범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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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