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아양 유족 "사고 후 사과나 사죄 한 차례도 하지 않아 괘씸"
"엄벌 처한다는 판례 남겨 경각심 일깨우고 경종 울리고 싶다"
주말 대낮에 만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 전직 공무원에 대한 재판에서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21일 오후 2시 230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치상, 위험운전치사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를 받는 A(65)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사고로 숨진 배승아(9)양의 친오빠 B씨와 모친이 재판에 출석, 이들에 대한 검찰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B씨는 “승아는 평소 없어서는 안 될 가족 구성원 중 하나였고 저에게 있어서는 딸과 빛 같은 존재며 다음에 시간이 되면 여름휴가를 같이 가자고 했는데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며 승아가 아니길 바라며 만약 그렇다면 힘들지만 제발 버텨달라는 마음으로 대전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후 승아와 관련된 물건을 보면 추억이 떠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고 어머니를 포함해 걱정이 많아지고 삶이 힘들어졌다”며 “병원에서 지켜볼 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 자괴감이 들고 모든 면에서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고 후 B씨는 언론 인터뷰와 재판에서의 진술 등 자신이 실수한 것이 없는지 수차례 되짚어 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과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희와 같은 아픔을 아무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음주운전 후 사고를 일으키면 엄벌에 처한다는 판례를 남겨 모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피고인에 대해서는 “사고 후 사과와 사죄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아 괘씸하며 사상 최고의 형벌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는 진술하는 도중 배양의 이름이 나오거나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거나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배양에게는 “휴가 갔을 때 못 안아줘서 미안하며 다음 생에도 동생으로 만나면 즐겁게 살아보자”고 오열했다.
B씨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 검찰은 배양의 모친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다른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감정 결과가 도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재판을 더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은 다음 달 20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한편 A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를 걷던 배양을 포함한 9~12세 초등학생 4명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스쿨존 제한 속도인 시속 30㎞를 초과한 약 35㎞로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양은 사고 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또 사고를 당한 다른 어린이 3명 중 1명은 뇌수술을 받는 등 전치 약 2~12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시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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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