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 달 앞…국민 불안 인식 가중"
"코로나19 때에도 장사가 안됐지만 한 번씩 마스크라도 끼고 사러 나왔지요. 하지만 방사능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예정된 24일 새벽 제주시 수협 수산물 위판장. 매일 오전 6시 열리는 수산물 경매에 오를 갈치들이 나무상자에 담겨 켜켜이 쌓여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2000~2500상자의 갈치가 전국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만난 중매인 A(40대)씨는 "전국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와야 보낼 텐데 '두려워서 안 산다'는 국민 불안 인식이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 주문도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하지 못할망정 여야는 매일 오염수 이슈를 갖고 정치권 싸움에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위판장 주변에서 생선을 손질하고 있던 상인 B(60대)씨는 "매일 TV에서 방사능 얘기만 하고 있는데, 우리 같은 상인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일본에서 방류한다고 발표까지 한 마당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제 곧 추석이고 상인들한테는 대목인데, 하필 원전 오염수가 나와서 야속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 다른 상인 C씨는 "코로나19때에도 장사가 내리막길이었는데, 그래도 그건 지병이어서 마스크라도 끼고 한 번씩 사러 나왔지. 방사능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국민이 오염수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인식이 안 잡혀 있다"고 토로했다.
40년 넘게 갈치잡이배를 운영해 왔다는 선주 C(60대)씨에게도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은 악재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20대부터 선주 생활을 해왔는데 지금이 제일 최악인 것 같다"며 "오염수 방류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정부가 진작에 들고일어났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시 수협 직원 2명은 휴대용 방사능 검출 장비를 갈치 앞에 대고 방사선 검출 과정을 시연해 보였다 100베크렐 이하 수산물만 경매에 나갈 수 있고, 그 이상 검출될 시 정밀검사에 들어간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위판장을 찾아 경매가 시작되기 전 방사능 측정 과정을 점검했다. 오 지사는 "도내 5개 수협과 긴말하게 협조해 위탁 전, 손질이 이뤄지기 전에 방사능 안전검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방류를 위한 최종 점검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르면 이날 오후부터 오염수 방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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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