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 전 별거했다고 이주 여성 체류 거부? "위법"

한국인 배우자가 지병으로 숨지기 전 별거 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주 여성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베트남 국적 여성 A씨가 광주 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8월 우리 국민 B씨와 결혼한 뒤 같은 해 12월 국민 배우자 체류 자격(F-6-1)으로 입국했다.

A씨는 B씨가 지난해 4월 지병 악화로 숨지자, 올해 2월 13일 결혼 이민 혼인단절자 자격(F-6-3)으로 체류 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다.

광주 출입국 외국인사무소는 'A씨가 B씨 사망 전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류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A씨는 "B씨가 건강이 악화한 뒤 동생들 집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바람에 몇 달만 따로 살았다. B씨를 대신해 돈을 벌어 생활비와 공과금을 부담했다.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유지했는데, 출입국 외국인사무소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국내 체류 중 자기 책임이 아닌 사유(남편 사망)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는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체류 기간 연장 불허는 위법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는 11년 이상 B씨와 동거하며 평범하고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유지했다. A씨도 2020년부터 건강 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았고, B씨와 일정 기간 별거가 다소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를 대신해 경제 활동을 했고, B씨의 지병이 악화한 2021년에는 B씨의 거주지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즉, 중한 질병에 걸린 배우자를 옆에서 간병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유지하지 않았다거나 혼인 관계가 형해화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체류 기간 연장 불허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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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