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앞 한옥마을…"보호구역 지정 취소" 소송냈지만 패소

1988년 한옥마을 조성으로 보호구역 편입
"지가하락, 재산권 침해" 주장하며 소 제기
法 "문화재 보존 감안해 재량권 일탈 아냐"

1980년대 서울시의 남산 한옥마을 조성으로 자신의 주거지가 보존지역과 인접하게 된 주민이 재산권 침해라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지난 6월15일 서울 중구 인근에 주택을 보유한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1981년 5월 중구 소재 토지를 취득해 4층 주택을 지어 소유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남산골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시는 1970년 문화재 지정에 따라 1988년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추진하며 서울시내 흩어져 있는 전통가옥 네 채를 민속자료로 지정했다. 또 이를 남산 한옥마을로 이전하며 보호구역과 보존지역을 설정했다.

문제는 A씨의 주택이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50m 이내에 위치하면서 불거졌다.

시는 2003년 민속자료 지정 및 보호구역 지정 이후, 2008년 지번·지적 변경 등을 반영한 보호구역 변경고시를 고지했다.

이후 2017년 12월 시는 보존지역 내 공사행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2018년 9월에는 보호구역 유지 처분을 담은 내용을 각각 고시했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처분으로 한옥마을 인근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됐고,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산권을 제한했다며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 보호구역·보존지역 지정 해제 신청을 냈는데 이에 대해 시는 근거가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2003년 보호구역 지정처분과 2018년 보호구역 유지 처분을 무효화해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보호구역 지정의 경우 지번 등이 바뀌면서 변경고시에 담겨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보호구역 유지고시 역시 문화재에 대한 조정 없이 기존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만이 담겨 국민의 권리에 미칠 영향을 판가름할 수 없어 마찬가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피해 역시 구체적인 자료 없이 추상적이라며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재산권 행사에 실제 장해가 발생했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고, 지가 하락의 경우 간접 손해에 불과하다"며 "또 처분으로 토지상 건축물 등에 대해 어떠한 변경도 요구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시는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이에 기초해 보존지역을 지정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존중해 처분을 내렸고 존중될 필요성이 크다"며 "문화재를 보존·관리해 전통 민속가옥의 형태 등 선조들의 생활 변화를 이해하는데 용이하다는 점을 종합하면 시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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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