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정식 서명…내년 상반기 발효 목표

車관세율 5%철폐…바나나 세이프가드
FTA 체결 전세계 59개국 22건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돌입한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전세계 59개국, 22건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Alfredo Espinosa Pascual)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 FTA에 정식 서명했다.



한-필리핀 FTA는 지난 2021년 10월 양허 수준 중심으로 기본 골격에 대한 원칙적인 타결 선언이 있었다. 이후 관세 철폐와 인하에 관한 상세 일정, 농산물 세이프가드 이행 절차, 상품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등에 대한 양측의 수차례 집중 협상이 있었다.

지난해 6월 한-필리핀 FTA이 모든 내용에 관한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 이후 한-필리핀 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 의미를 부여하는 법제화 작업인 법률 검토를 양측 공동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진행해, FTA협정문 영문본을 최종 확정했다. 영문본의 국문본 번역과 법제처 심사 등 국내 절차를 지난 7월 완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한-필리핀 FTA에 대한 경제적 영향평가 작업을 진행한 결과, 한-필리핀 FTA서명에 필요한 모든 국내절차를 지난 7월 완료하며 이번 정식 서명 단계에 이르렀다.

필리핀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세안 자유무역지대 등 다자간 FTA 체약국이다. 양자 FTA의 경우 지난 2008년에 발효된 필리핀-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아세안(ASEAN) FTA, RCEP 등 아세안 국가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와 아세안의 주요 개별 교역 상대국과 FTA네트워크를 확대해왔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번 필리핀과 FTA 체결로 아세안 국가 중 다섯국가와 FTA 관계를 맺게 됐다. 이들 다섯 국가와 우리나라 교역액은 2022년 기준 전체 아세안과 교역액의 91%에 달한다.

필리핀은 인구 1억1000만명,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5에 이르는 소비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교역은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와 5위 교역국이다. 이중 수출이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 수입이 52억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10대 전략 해심광물로 지정한 니켈과 코발트 등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향후 협력을 확대할 가치와 잠재력이 크다.

기존 한-아세안 FTA와 RCEP, 한-필리핀 FTA체결로 우리나라는 필리핀에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대해 96.5% 관세를 철폐했다. 한-필리핀 FTA의 주요 수혜 품목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이 있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내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등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일본은 필리핀과 체결한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관세율 20%인 승용차를 제외하고 화물차 등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가 0%로 낮춰진 상태다.

이번 한-필리핀 FTA체결로 한국산 자동차의 기존 관세율 5%는 발효 즉시 철폐된다. 자동차 부품은 최대 5년 내 3~30%의 관세가 철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기존 관세율 5%도 5년 내 철폐된다. 아울러 가공식품(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등 관세가 철폐된다. 우리 주요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측의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도 대부분 기체결 FTA인 한-아세안 FTA와 RCEP 등 범위 내에서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필리핀의 관심 품목인 바나나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양국은 한-필리핀 FTA 내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도입하고 세부 사항을 규정한 이행약정을 별도로 마련키로 했다. 백신과 기후변화, 문화 등 분야를 포함해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와 희소금속 가공, 혁신 생태계, 문화 산업, 영화, 전자 상거래 등 유망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며 논의를 진전시킬 계획"이라며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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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