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쪼개기는 도시정비법령 잠탈하는 탈법"
재개발조합 설립 시 지분쪼개기로 늘어난 조합원은 조합동의율 산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대법원이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민이 성북구청장과 성북구 A지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대상으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민인 A~J씨 등 10명은 서울 성북구청장과 A지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대상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조합설립을 주도했던 B사가 단지 동의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지분쪼개기' 방식을 이용해 토지 등 소유자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중 194명의 지분은 토지의 경우 152분의 0.076 내지는 6300분의 10(면적 모두 1㎡ 이하)에 불과했고, 건축물은 32.29분의 0.1 내지 98.51분의 4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원고는 지분쪼개기 덕분에 토지 등 소유자 512인 중 391인의 동의로 동의율 76.37%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며, B사가 제출한 200인의 토지 등 소유자 동의서는 동의율 산정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지분쪼개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인위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의 수를 늘리는 '지분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그와 같은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인 경우에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구 도시정비법령에 의해 금지된다고 볼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민 A~C씨가 항소한 2심에서는 B사의 '지분쪼개기'가 인정된다며 조합설립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B사가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재개발정비사업을 위한 조합설립에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지 등 소유자를 인위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또 그 토지 등 소유자들로 하여금 해당 재개발정비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또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동의율 요건을 잠탈하기 위해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 등 소유자들은 구 도시정비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동의율 요건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늘린 소유자 수 194명, 그 중 도합설립에 동의한 동의자 수 185명을 각각 제외하면 토지소유자 318명 중 조합설립 동의자는 206명으로 동의율은 64.78%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조합설립 인가를 위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취소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 B사가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과소지분에 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는 방식으로 토지 등 소유자 수를 늘리는 것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및 동의자 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에도 토지 또는 건축물 중 일부 지분에 관한 양도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 판결은 지분쪼개기 방식을 통해 인위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 수를 늘리고 그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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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