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성희롱' 신고 제주 교사들, '명예훼손·무고' 고소 당해

해당 학교 교장, 갑질 의혹 공론화 교사 '명예훼손' 고소
성희롱 피해 주장 여교사는 신원 특정 이후 ‘무고’ 혐의로
전교조, 징계 촉구…김광수 교육감 "각종 절차 남아 있어"

학교장을 상대로 갑질과 성희롱을 신고한 제주 고교 교사들이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 노조와 해당 학교 소속 교사 절반 이상이 해당 교장에 대한 직위 해제와 신속한 징계 의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제주도교육청은 두 달 넘게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에 따르면 제주 모 고교 교사 A씨가 지난달 학교 교장 B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허위사실적시)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주 모 고등학교 교장 B씨로부터 소속 교사들이 갑질과 교권 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피해 신고를 접수하는 등 이번 갑질 의혹을 공론화 한 교사다.

교장 B씨를 상대로 성희롱 피해를 주장한 교사 C(여)씨도 마찬가지로 B씨로부터 무고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C씨가 신고한 성희롱 사안은 지난 8월24일 열린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에 해당됨'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판정 결과가 통보된 이후인 8월 말께 경찰에 C씨를 상대로 한 고소장이 제출됐다.

교장 B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간 분리 조처로 교장실이 아닌 학교 내 별도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는 이와 관련해 교장 B씨와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불거질 당시인 지난 8월 초 통화에서 “모든 결정 과정에서 관련 교내 위원회, 도교육청 등과 논의해 결정했다”며 "협의를 거쳐 진행한 사안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에 따라 도교육청에 B씨 징계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갑질 문제가 제기된지 두 달이 됐지만 신고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해당 교사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위원회 등 각종 절차가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전교조가 요구한 교장 B씨의 직위해제에 대해선 "성희롱만으로는 직위해제가 안 된다"며 "다만 이들이 마주치지 않게 동선 분리 조치를 확실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누가 옳다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지난 8월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교장 B씨로부터 갑질과 교권 침해 등을 당했다는 같은 학교 교사들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연·병가 사용 자제 요구, 교권보호위원회 결정 사항 변경 요구, 교사 복장·두발 지적, 학생 생활기록부 개입 등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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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