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교폭력 행위 특정 않고 서면사과 처분, 부당"

학교폭력 여부에 대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학교폭력 행위를 특정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서면 사과 결정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고등학생 A양 등 5명(법정 대리인 부모)이 전남도 여수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조치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수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지난 8월 22일 원고들에게 한 서면 사과와 피해 학생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A양 등 5명은 지난해 6월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때 학교 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했다.

신고자인 동급생 B양은 "가해자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따돌렸다"고 주장했다.

A양 등 5명도 "B양으로부터 언어폭력 등을 당했다"며 B양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쌍방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학폭위)는 심의를 거쳐 A양 등 5명과 B양 모두에게 서면 사과와 보복 금지 처분을 내렸다.

A양 등 5명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A양 등 5명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인데도 학폭위가 의결과 처분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어떤 학교폭력 행위로 처분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행정절차법 제23조 1항의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변론 취지를 종합해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폭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구체적인 행위를 특정하지 않았다. 위원 4명이 학교폭력 인정 여부를 두고 2대 2로 의견이 엇갈렸는데, 학폭을 인정한 2명도 사실관계 확정 없이 막연하게 처분했다. 회의록이나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모두 고려해도, 어떤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폭력 처분서에도 '주장이 대부분 상이해 서로 가해행위라고 주장하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판단할 실익이 없다. 따라서 학생들의 지도·격려를 위해 서로가 주장하는 행위들을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학교폭력으로 판단한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다. 원고들은 어떤 사유로 처분을 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고, 행정 구제 절차로 나아가는 데에도 지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런 절차상 하자로 원고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됐다고 봄이 타당하다.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서면 사과와 보복 금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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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