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의료진'…제주서 전국 첫 중증 외상 의료팀 추진

제주해경청·한라병원, 해양 의료체계 발전 협의
10일 제주 해상서 의료진 헬기 태워 가상 훈련

"'해양 중증 외상 의료팀'의 지원이 필요하다"



오전 9시3분 '제주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낚시어선 A호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 사고로 다발성 골절 등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해 '해양 중증 외상 의료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서귀포해양경찰서의 요청이 접수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은 즉시 구조헬기 '흰수리'에 긴급 이륙을 지시했다.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외상 의료팀을 태워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오전 9시30분 의료팀을 태운 헬기가 사고 지점 인근에 있는 서귀포해경 3003경비함정에 착함했다. 헬기에서 내린 의료팀은 곧장 함정에 마련된 수술실로 이동, 사고를 당한 환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신체 곳곳에 골절상을 입고 외상에 의해 폐가 뚫리는 '기흉'까지 발생한 중증 외상 환자다.

오전 10시46분 의료팀으로부터 긴급수술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도 확보를 위한 튜브 삽입, 외상 부위 처치,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가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약 4분 뒤 해경 항공구조대는 환자를 헬기로 옮겼다. 의료팀까지 탑승하자 헬기는 곧장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직행했다.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 인근 해상에서 제주 해경과 한라병원 의료진들이 '해양 중증 외상 의료팀' 신설에 따라 실제 상황을 가정, 이 같은 훈련을 전개했다. 기존 닥터헬기 등은 육상에서만 착륙할 수 있고 경비함정 등에는 기체를 내릴 수 없다. 해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자격과 훈련이 필요하다.

제주해경청과 한라병원은 지난달부터 해상에서 발생하는 외상환자의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해양 중증 외상 의료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전문의료진이 헬기를 통해 경비함정 등 현장으로 이동한 뒤 신속한 응급처치를 실시하는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제주지역 해상 응급환자는 연평균 13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상환자는 55명(41%)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 손상·절단 등 중증외상환자의 해상에서 육상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높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조현민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응급 처치와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에서 필요한 장비를 꾸려 가져와 처치를 하는 훈련이었다"며 "해양 중증 환자는 대부분 폭발에 의한 중증 화상, 또는 조업 중 절단 사고가 많다. 빠른 조치가 안되면 이송 중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에도 의료 장비가 들어있지만, 악천후 등에 취약하다"며 "해경 헬기 '흰수리'는 닥터헬기에 비해 크기도 커 기상 악화에도 운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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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