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발동동…'30년 숙원'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호소

열악한 의료기반에 골든타임 놓친 응급환자 연 300명 사망
중증응급환자 전원율 전국 평균 4.7%→전남 9.7% 2배 이상
인구 1000명당 의사수 전국 평균 2.5명 vs 전남 1.7명 불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불모지 전남에서 '30년 숙원'인 의대 설립 호소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전남도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의료 불모지 전남에 국립의대가 신설되는지 여부다.



18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지역 의대 설립의 시급성은 다양한 분석 자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전남 상급종합병원 '0개'…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 불가

무엇보다도 상급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화순전대병원 등 대학병원 3곳이 모두 광주와 광주권에 소재한다.

이 때문에 전남지역 응급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최소 시간인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해 광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이송된 후 사망한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00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장거리 긴급 이송 중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전남 대부분 지역에서 전남대병원까지 구급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긴급 이송 체계와 함께 의료기반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 대한민국 평균 2.5명…전남 1.7명 불과

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평균 3.7명이며 대한민국은 평균 2.5명인 반면 전남은 1.7명으로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여기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환자 전원율도 전국 평균은 4.7%이지만 전남은 9.7%로 2배 이상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국가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고사망자 수도 전국 평균의 1.6배에 달하고 있지만 신속한 의료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국립의대 신설 없이는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개선할 수 없음을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서울이든 전라도든 경상도든 사는 곳이 다르다고 목숨값이 달라선 안된다"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인 전남과 경북에 의대가 신설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부가 열악한 지방의 의료현실 개선을 외면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남지역 정치권·시민단체 '의대 설립 촉구' 상경 집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안에 대학 신설안이 담겼을 것으로 믿는 전남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18일 상경 집회를 통해 지역민의 염원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지역 의원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신정훈, 김원이, 소병철 국회의원과 서동욱 전남도의회장, 최선국, 신민호 도의원, 전남도 국립의대 설립 범도민 추진위원회 관계자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잇따라 열고 "의대가 없는 전남에 반드시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30년 넘게 지속돼 온 전남 국립 의과대학 신설 요구는 전남의 필수인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해 도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부터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한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를 이어온 김원이 의원은 이날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는 "증원될 의사 정원 몫에 전남권 의대 신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전남의 열악한 의료현실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순천지역위원장인 소병철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도 국회 앞에서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지역 정치권은 "의대 정원 확대만으론 전남의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고 필수·공공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길이 없다"며 "노후 산업단지에서 산재가 빈발하고 섬이 많아 응급의료에 분초를 다퉈야 하는 전남의 특성을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 신설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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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취재본부장 / 조성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