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사인증여 미인정…2심서는 인정
대법 "자리 동석 이유로 효력 인정 안돼"
"의사 합치 있다고 보기 어려워"…파기
여러 명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일부 자녀의 동의만으로는 '사인증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A씨의 자녀들 사이에서 벌어진 소유권이전등기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9년 5월 사망한 망자 A씨는 사망 이전인 2018년 1월 차남인 B씨와 만나 거제시에 위치한 논 일부를 준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일부 땅은 장남에게 주고, 나머지 딸들에게는 2000만원씩 주라는 등의 유언이 담겼다.
당시 동영상은 차남인 B씨가 직접 촬영했으며, 촬영 도중 A씨가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했다. 다만 해당 동영상은 유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의 배우자, B씨, 다른 자녀들에게 모두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등기가 마쳐졌다. B씨는 이에 반발,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이다. 사인증여를 위해서는 유언에 의해 증여를 받는 사람과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1심에서는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가 제출한 영상만으로는 망자인 A씨가 각 부동산을 사인증여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2심은 사인증여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단했다. 영상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자가 각 부동산을 B씨에게 사인증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동영상 촬영 도중 B씨가 망자에게 '상속을 받겠다'는 등의 대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B씨가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위 동영상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씨가 망자의 사인증여 의사를 수락해 사인증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B씨와 A씨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게 돼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A씨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또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다른 자매 등에게는 불리하고 B씨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A씨는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 B씨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B씨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판단에는 유언이나 유증이 효력이 없는 경우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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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