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에 "기피 신청 신속 기각" 의견서 제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법원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중단됐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50차 공판기일을 열고 이 전 부지사 측의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해 "간이 기각 여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기피란 법관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재판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한 경우 재판부 자체 판단으로 기피 신청을 간이기각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은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기피 신청이 정당한지를 판단할 전망이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장이 변경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 재판부가 그대로 진행한다. 기피 여부 결정 시점은 사안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 예상이 어렵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전날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며 현재 이 전 부지사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11부 법관 3명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든 사유는 ▲증인신문에 관한 형사소송규칙 위반 ▲불명료한 쟁점에 대한 석명의무 불이행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증인신문 허용 ▲재판진행 불공평 ▲위법한 추가구속영장 발부 ▲증거인멸교사죄에 대한 공소장 변경 문제 등 크게 7가지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재판부에 "명백히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간이 기각 신청을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의견서에서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측에 국선 변호사 3명을 배정하며 이미 충분한 배려를 하고 있으며, 앞서 지난 8월 기피 신청을 했을 당시에는 피고인이 (재판부 기피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추가 영장 발부 외에는 바뀐 게 없다"면서 "선고 앞두고 이렇게 기피 신청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언론에 별도 입장문을 내고 "이 전 부지사는 재판절차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재판부 기피신청 의사가 없고 검찰 조사에서 회유·압박 없이 임의로 진술한 것이라고 공개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공개 법정 진술 이후 종전 진술을 뒤집고 돌연 재판 진행의 불공정 등을 주장하면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법원이 아닌 도의회에서 언론에 이를 공표하는 것은 의도적 형사사법절차 지연·방해, 재판의 공정과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적법하고 정당한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의 부당성과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신속한 기각 결정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14일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등 뇌물 및 정치자금 3억여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쌍방울 측에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 삭제를 요청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추가기소된 상태다.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는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800만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해 북한 측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최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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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