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한 달 아이 살해 후 유기한 친모 입장 번복 "살인 혐의 인정"

영아살해죄 적용 주장했으나 두 번째 공판서 입장 바꿔
"살인·사체유기 혐의 모두 인정…양형에만 반영 부탁"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생후 36일 된 남아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20대 친모가 입장을 번복해 살인죄를 인정했다.



26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A(27)씨의 살인 사체유기 혐의 두 번째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은 "기존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살인죄를 인정하고 영아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근거는 양형에만 반영을 부탁드린다"며 "사체유기 혐의도 살해 장소에서 1m 벗어나지 않은 장소에 둔 것이기는 하나 수풀에 가려져 결과적으로 유기인 점을 반영해 이 역시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A씨는 2019년 4월30일 대전의 한 병원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하고, 한 달여 뒤인 6월 초 병원에서 퇴원시킨 뒤 주거지 인근 하천변에서 피해 아동의 얼굴을 약 5~10분가량 끌어안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상 살인의 경우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존속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으나 영아살해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반면,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 보통 살인죄에 비해 형을 감경한다.

이에 A씨 변호인은 지난 기일 "영아살해죄의 분만 직후라고 표현된 것은 시간적인 부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에 대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상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의 의견도 같냐'고 묻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A씨의 어머니와 그의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날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에게 A씨가 경찰서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자수 의사가 있었음에도 긴급체포하게 된 경위를 캐물었다.

이에 검찰은 반대신문을 통해 "피고인은 경찰 조사 때 처음부터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술을 번복해 경찰이 사체를 찾다가 중단한 적도 있었다"며 도주 우려·증거 인멸 우려 등에 따른 긴급체포 필요성이 있던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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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사회부부장 / 이형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