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2심서 벌금 200만원 선고
대법 "위험한 물건 오인할 합리적 이유"
복싱클럽 수강생이 주머니의 흉기를 쥔 것으로 착각해 손을 강제로 펴게 하다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힌 복싱코치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성북구의 한 복싱클럽의 코치인 피고인 A씨는 복싱클럽 관장 B(33)씨와 수강생 C(17)군이 몸싸움을 벌이던 중 C군이 좌측 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용 녹음기를 꺼내어 움켜쥐자, 이를 위험한 물건으로 착각하고 빼앗기 위해 C군의 좌측 손을 강제로 피게 했다. 이로 인해 C군은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제4수지 중위지골 골절상을 입게 됐고, A씨는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만일 A씨가 인식한 대로 C군이 손에 흉기를 쥐고 있었다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의 완전성에 대해 중대한 침해를 당할 위험에 처했 있었고, 손을 펴라는 A씨의 요구를 거부한 C군으로부터 강제로라도 흉기를 빼앗기 위해 손을 강제로 펼치는 행위는 정당방위의 전제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직업 ▲C군이 17세의 청소년이었던 점 ▲관장 B와 C군의 신체적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가 C군을 폭행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B가 C군의 몸을 누르는 등 서로 근접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C군 손에 있는 물건을 이용해 B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A씨가 C군 손에 있는 물건이 흉기라고 오인할만한 별다른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관장 B씨와 C군은 나이와 직업 등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공소사실 기재 당시 B씨와 C군은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B씨가 C군을 제압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C군도 복싱클럽에 다닌 경험이 있는 등 상당한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다툼의 경위를 보더라도 C군이 B씨로부터 질책을 들은 다음 약 1시간이 경과된 후 복싱클럽들 다시 찾아와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몸싸움은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 것보다는 C군이 B씨에 대한 항의 내지 보복의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의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입장에서는 C군이 움켜쥔 물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B씨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