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이어 소방시스템까지 '버벅 코리아'…"클라우드 환경 전환해야"

17일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전산·통신망 잇단 먹통
27일에는 KT통신망 문제로 소방 시스템 장애 발생
IT전문가 "클라우드 네이티브 도입해야 문제 해결"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업데이트 등 상시 운영 방식
"클라우드 환경 도입 기업들…장애 생겨도 금방 복구"
"라우터 고장, 중소기업, 대기업이 무슨 관계가 있나"

국가 전산·통신망이 잇따라 멈춰서면서 국가 행정서비스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애초 지목한 행정망 마비 사태 원인을 번복하고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린 점 등은 그 불신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가 전산·통신망은 행정망 마비를 시작으로 최근 열흘 새 6차례나 장애를 일으켰다. 지난 17일 지자체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행정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온라인 정부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도 전면 중단되면서 민원 서류 발급이 온·오프라인 모두 멈춰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어 22일에는 행안부 주민등록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민원 서류 발급서비스가 차질을 빚었고, 23일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 접속이 한때 중단됐다.

또 24일에는 정부의 모바일신분증 서비스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먹통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등 민원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발급 받을 수 있는 '전자 증명서' 서비스가 오전 한때 중단됐다.

급기야 27일에는 소방 시스템이 말썽을 부렸다. 당일 오전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운영하는 서울종합방재센터 통신망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자동차동태관리시스템(MDT)가 90분 가량 작동을 멈췄다. MDT는 소방 신고자의 위치를 소방차에게 연결해 길 안내를 제공하는 소방차량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단말기다.

다만 이번 먹통 원인은 민간 통신망 문제였다. MDT와 연결된 KT의 기업전용 LTE 통신망이 일시 중단됐던 것이다. KT는 "인터넷 회선이 작업 오류로 일시 중단됐다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행정망 먹통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국가 전산·통신망 장애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사태 원인 파악에도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사태 발생 8일 만인 25일 행정망 '새올' 장애 원인에 대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 포트'의 물리적 고장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적 불신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태 발생 초기에는 L4스위치 문제라고 발표했다가 라우터 포트 고장 때문이라고 번복한 데다, 2016년에 도입해 노후화 됐다고도 보기 힘든 라우터 포트가 왜 갑자기 고장이 났는지는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래된 장비 전수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신속한 복구 등 장애 발생 시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공공 IT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왔으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 등으로 중소업체가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공공 전산망에서 자주 장애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이 맡아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 고장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최근 전산·통신망 장애가 잇따른 것에 대해서는 "열흘 간 국가 전산망과 통신망에 장애가 잇따르면서, 이게 최초 행정망 사태와 관련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는 특정망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 서비스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현 시스템 운영 방식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전환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체제는 각 기관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유지·보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시 운영이 불가능하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클라우드 환경에서 신속하게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업데이트까지 진행하는 등 상시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민간 기업인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같은 플랫폼은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하고 있어 장애가 발생해도 복구가 금방되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 같은 장애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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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