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인데 4층부터만 전세사기 피해 지원된다니…"

'전세사기 피해구제 사각' 근생빌라 세입자 눈물
정부 "불법건축물, 매입대상에서 제외" 원칙 고수
"전세사기도 억울한데 LH 공공매입 대상서 빠져"

"같은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는데도 다가구주택으로 등록된 위층 세입자들은 이제 피해를 구제받을 수가 있고 저희는 근린생활시설이라서 안된다고 하네요. 정말 앞날이 막막합니다. 이런 사각지대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서울 영등포구 거주 30대 직장인 A씨)



A씨는 최근 건물이 전세사기·역전세 등으로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정부가 다가구주택 공공매입 기준을 보완해 피해 구제범위를 넓혀준다는 기사를 읽고 희망에 찼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살고 있던 건물은 3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 4층부터는 다가구주택으로 등록돼 있는 건물이었는데, A씨의 원룸은 3층 근생빌라에 속해 있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계속해서 전세사기 피해 사각지대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근린생활시설, 다중주택 등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전세사기피해주택 매입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번 지침 개정은 그동안 피해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과 달리 다가구주택은 소유자가 1명뿐이고 각 가구별 등기가 불가능해 건물주가 파산하면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게 되고, 선순위 임차인부터 돈을 돌려받다보면 후순위 임차인은 보증금 회수가 어려웠다. 경공매 유예 및 정지와 LH 공공매입 등 정부지원을 받으려 해도 다가구주택은 임차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임차인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다가구 주택·공동담보 다세대 주택 임차인은 경매유예 정책을 이용할 수 없고, 상업용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거주자는 경락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정책이 발표되고 막상 알아보니 해당 정책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며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 개정이 확정되면 다가구주택의 경우 후순위 임차인들의 동의만으로도 LH의 주택 매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전체 임차인들이 매입 동의를 해야만 공공매입이 가능했는데 피해자가 많아지다보니 구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침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무리 검토를 한 뒤 12월 중으로 확정을 해서 알려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피해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정부가 다중주택, 근린생활시설이나 불법건축물 등 일부 유형은 공공매입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생빌라'는 근린생활시설의 상가 부분을 주거용으로 개조한 불법 주택이다. 건물 1∼3층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해놓으면 모든 층이 주거용인 건물보다 주차 공간을 적게 마련해도 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일부 층만 근생으로 등록을 한 뒤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근생빌라를 임차하게 되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어렵고, 전세사기를 당하더라도 공공이 매입이 불가능하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에서 낙찰 받는다 해도 주거용으로 쓰려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데다, 새 세입자를 구하거나 매매하기도 쉽지 않다.

또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거주하는 소형 기숙사 개념인 '다중주택'의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주택'으로 돼 있지만, 취사시설 설치가 불가하다보니 국토부와 LH에서는 이를 임대 명목으로 매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다중주택은 기숙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개별 등기도 안 되고, 실제 주거가 가능한 수준의 취사시설도 없어 내부에서는 단독으로 임대를 줄 수 없는 곳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이러한 종류는 매입을 안 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도 매입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 LH·지방공사 매입 예정 물량 3만5000가구 중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최우선으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매입이 완료된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공고한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총 130건의 신청주택 중 권리분석 등을 거쳐 매입 가능 통보를 한 주택은 17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9곳은 현재 LH에 주택매입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주택매입이 완료된 건은 한 건도 없다. 또 신청건 중 39건은 전체세대의 동의를 받지 못한 다가구주택, 불법(위반) 건축물, 최저주거면적 미달, 주택 중대하자 발견 등의 사유로 매입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매 진행 자체가 초기 단계이고, 경매 유예 등으로 경매를 아예 할 수 없는 곳들도 많아 진행되고 있는 곳 자체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차츰 (공공매입)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다중주택 등 공공매입이 안 되는 상황이더라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이 되면 지금도 인근 공공임대 주택으로 입주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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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